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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장비 中 수출통제, 피해 떠안는 韓 기업들

반도체장비 中 수출통제, 피해 떠안는 韓 기업들

Posted April. 09, 2024 08:38,   

Updated April. 09, 20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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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나라들 가운데 한국산 장비의 수출이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의 대중 수출이 전년대비 3.1% 감소하는 동안 한국 기업은 5분의 1이 잘려나갔다. 네덜란드, 일본의 수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이 주도한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의 피해가 한국에 집중된 것이다.

유엔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44억76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3% 급감했다. 반면 반도체장비 강국인 네덜란드, 일본산 반도체 장비 수입은 같은 기간 각각 151%, 4.7% 증가했다.

재작년 10월 미국 정부는 회로선폭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고, 동맹국들도 동참하도록 요청했다. 문제는 장비를 못 구해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28나노미터 이상의 범용, 구형 반도체 생산과 관련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용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술로 생산할 수 있지만, 전자제품·자동차·무기 등에 폭넓게 쓰인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70% 이상이 범용 반도체로, 이 중 30%정도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홀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건 중국이 자급에 나선 범용 반도체 장비를 주로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노광장비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네덜란드, 일본의 장비업체들은 규제가 세지기 전에 장비를 사두려는 중국 기업들 덕분에 오히려 특수를 누렸다. 규제를 주도한 미국의 일부 장비업체들은 정부의 통제를 우회해 수출금지 대상인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대중 규제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판단한 미국, 유럽연합(EU)이 중국산 범용 반도체의 해외수출을 아예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장비업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원천기술과 네덜란드 장비가 필요한 한국이 서방이 주도하는 대중 규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그렇다 해도 우리 기업만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관련국과의 협상을 통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