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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집권 헝가리 오르반, 스타 정치인 ‘내부 폭로’에 흔들

14년 집권 헝가리 오르반, 스타 정치인 ‘내부 폭로’에 흔들

Posted March. 29, 2024 08:48,   

Updated March. 29, 2024 08:48


2010년부터 14년째 장기 집권 중인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최측근 안탈 로간 총리실 내각 장관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폭로로 위기를 맞았다. 반(反)난민, 반이슬람 노선인 오르반 총리는 집권 내내 노골적인 극우 성향을 보이며 반대파를 탄압해 논란을 불렀다. 이런 상황에서 최측근의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지자 26일 수도 부다페스트 시민 수천 명은 거리로 나와 “총리 사퇴”를 외쳤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반정부 시위는 오르반 총리의 또 다른 측근 바르가 유디트 전 법무장관(44)의 이혼에서 비롯됐다. 바르가 전 장관의 전 남편이자 법조인 출신의 외교관인 마자르 페테르(43)는 최근 오르반 정권의 비리 의혹을 연일 폭로하며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날 마자르는 바르가 전 장관과 결혼 상태였던 지난해 1월 자신들이 나눈 2분짜리 음성 파일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하며 “오르반 정권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 증거 인멸 정황 등이 담겨있다. 그들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현직 법무장관이었던 바르가는 안탈 장관이 집권 피데스당의 유력 인사 팔 뵐너 전 의원의 비리 수사를 두고 문서 조작 등을 통해 무마하려 한 정황이 있음을 언급했다. 뵐너 전 의원은 2015∼2021년 법무부 고위 당국자로 재직하며 교정당국 관계자 등 자신의 휘하에 있던 사람들에게 수 차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이 폭로는 안탈 장관이 내각 전체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수사 무마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바르가 전 장관은 “당시 전 남편이 가정 폭력을 저질러 그에게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한 발언일 뿐”이라고 맞섰다.

두 사람은 16년 간 결혼 생활을 하며 3명의 자식을 뒀다.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정계의 파워 커플로 불리며 대중매체에 종종 등장했지만 지난해 3월 돌연 이혼했다. 바르가 전 장관은 지난달 아동 성범죄자를 손쉽게 사면해줬다는 논란에 휩싸여 사임했다.

마자르는 전 부인의 장관 사퇴 후 본격적으로 반(反)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5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이날 녹음 파일까지 공개했다. 오르반 총리의 반대파, 26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르반 정권의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마자르가 오르반 정권의 장기집권을 청산하는데 기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다만 피데스당이 의회 199석 중 150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르반 총리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