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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무역대표부 직원 가족 2명 행방불명…탈북 가능성

러 북무역대표부 직원 가족 2명 행방불명…탈북 가능성

Posted June. 08, 2023 08:58,   

Updated June. 08, 2023 08:58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아내와 아들이 최근 동시에 행적을 감춰 러시아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이들이 탈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한국 망명 시도 등의 접촉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계기관에서) 행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망명을 시도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가족인 김금순 씨(43·여)와 박권주 군(15)이 이달 4일 실종됐다고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체가 공개한 북한 연해주 지역의 ‘실종자 소식’ 전단에 따르면 김 씨와 박 군은 이달 4일 택시를 탄 뒤 북한 총영사관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넵스카야 거리에서 하차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북한 총영사관 직원이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러시아 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7일 웹사이트를 통해 “6월 4일 연해주에서 여성과 15세 아들의 실종에 대한 정보가 보도됐다”며 “러시아 연해주 조사위원회의 수사기관이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RFA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몇 년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북한 식당을 총괄 관리했다. 현지 동향을 살피고 북한으로 보낼 상납금을 수금하는 역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무역대표부 소속이었던 남편 박 씨가 이 업무를 했지만 수년 전 북한으로 소환됐고, 이후 부인인 김 씨가 업무를 넘겨받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블라디보스토크 내 북한 식당인 ‘고려관’의 부지배인 A 씨가 최근 탈북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게 김 씨의 실종 배경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고려관 부지배인이 탈북을 시도했다는 것은 현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씨도) 관할 구역에서 문제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북한으로 보내야 할 상납금도 제대로 걷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와 박 군이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를 빠져나와 인근 도시로 피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당국이) 수배령을 내렸다는 것은 사실상 블라디보스토크에선 찾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탈북 내지 망명을 위한 루트를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던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러시아에선 블라디보스토크-평양의 공항 노선이 재개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동요하고 있다”면서 “기관 노동자라 할 수 있는 공관원과 가족들 입장에선 북한을 벗어날 기회가 지금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