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위대한 스승

Posted May. 11, 2023 07:37,   

Updated May. 11, 2023 07:37

日本語

1783년 5월 31일,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던 파리 왕립아카데미에 이변이 일어났다. 같은 날 두 여성이 동시에 회원으로 뽑힌 것. 엘리자베트 비제르브룅과 그녀의 라이벌이었던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아카데미가 여성 차별을 완화한 건 아니었다. 전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정화가로 왕비의 명으로 뽑혔고, 후자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왕비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기 위해 뽑은 경우였다. 당시 아카데미에는 이들을 포함해 단 4명의 여성이 있었는데, 이후 여성 회원 수를 4명으로 제한해 여성 회원이 더 느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어부지리로 아카데미 회원이 된 라비유귀아르는 1785년 ‘두 제자와 함께 있는 자화상’(사진)을 그려 그해 살롱전에 출품했다. 화가는 최고급 의상을 입고 이젤 앞에 앉아 붓과 팔레트를 들고 있다. 성공한 남성 화가들 못지않게 실력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여성 화가임을 당당히 밝히는 자화상이다. 주목할 점은 자신뿐 아니라 제자들도 꽤 큰 비중으로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할당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아카데미가 받아들여야 할 여성 화가가 더 있고, 계속 양성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다.

그림 속 두 제자는 마리 가브리엘 카페와 마리 카로 드 로즈몽이다. 카페는 스승의 어깨너머로 그림을 보며 감탄하고 있고, 로즈몽은 동료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며 연대하는 모습이다.

라비유귀아르는 제자들과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며 아낌없이 지원했다. 안타깝게도 로즈몽은 23세경 결혼해 출산하다 사망했다. 카페는 스승의 뒤를 이어 전문 초상화가가 되었고, 스승이 죽을 때까지 함께 살면서 곁을 지켰다. 생전의 라비유귀아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이 폄하됐지만, 적어도 제자들에게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