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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인천 356건-서울 299건 전세사기 접수

Posted April. 19, 2023 08:35,   

Updated April. 19, 2023 08:35


“올해로 예정했던 결혼식도 무기한 연기했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직장인 승모 씨(34)는 18일 “모아 놓은 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려서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 씨는 서울 강서구, 양천구 등 수도권 일대에서 주택 1139채를 소유하며 170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40대 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자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승 씨는 가해자 김 씨가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되면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김 씨가 숨지면서 승 씨가 살던 집의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이 벌어져 전세보증금 2억3000만 원을 날리지 않으려면 경매를 통해 살던 집을 낙찰받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승 씨는 “매달 대출 이자만 120만 원씩 내고 있는데 경매에 입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 사건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진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가 여전히 피해액을 구제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 서울과 인천에서만 총 655건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접수됐다. 전세사기 ‘시한폭탄’이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에선 전세사기 사건이 집중된 부평구와 미추홀구가 각각 104건(사고액 195억7500만 원), 76건(138억7180만 원) 순으로 접수됐다. 인천 전역에서 접수된 356건(652억5235만 원) 중 절반이 넘는 건수다.

서울에서는 강서구가 102건(256억475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299건(766억745만 원) 중 34.1%가 집중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6개월간 접수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는 전국에서 5516건에 달한다.

이 같은 피해 현황은 HUG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HUG 보증금 반환 신청을 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집계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체 전세 세입자의 10%가량이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 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