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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소녀, 백지 같아요” “정의로운 해적이라 많이 의지해요”

“순수한 소녀, 백지 같아요” “정의로운 해적이라 많이 의지해요”

Posted April. 13, 2022 08:26,   

Updated April. 13, 20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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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이 노래한 정의로운 해적 콘라드와 순수한 소녀 메도라의 사랑 이야기가 화려한 몸짓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이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고전 발레 ‘해적’ 이야기다. ‘해적’은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1899년 만든 이후 수많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쳤다. 국립발레단은 ‘해적’의 안무, 서사, 음악을 모두 바꾼 새로운 버전을 2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선 수석무용수 허서명(32)과 솔리스트 심현희(30)가 콘라드, 메도라 커플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허서명은 2020년 공연에 이어 두 번째 콘라드 역으로, 심현희는 메도라 역으로는 첫 데뷔 무대를 가진다. 서울 공연에 앞서 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 두 사람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2일 만난 심현희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오빠가 ‘힘을 더 빼고 여유롭게 하자’고 격려해줘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연기할 땐 신났는데 끝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웃었다. 허서명은 “관객들은 아마 눈치를 못 채셨을 텐데 처음엔 현희가 잔뜩 얼어 있었다”면서 “다시 정신을 부여잡기가 쉽지 않은데 프로답게 금세 무대에 적응했다”며 심현희를 칭찬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 송정빈이 새로 짠 ‘해적’의 안무는 고난도 기술과 막대한 체력이 요구된다. 34∼38회전 푸에테(한쪽 발에 지탱해 다른 쪽 다리를 휘두르며 회전하는 동작)에 발레리나를 번쩍 들어올려야 하는 리프트까지…. 힘든 동작이 쉼 없이 이어져 국립발레단 무용수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쉴 새 없이 동작이 이어지다 보니 관객이 박수 쳐주실 때만 인사하면서 잠깐 쉴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박수가 길수록 좋더라고요. 오래 쉴 수 있으니까요.(웃음)”(허서명)

 “기술적으로도 힘들지만 사랑이란 감정 표현에도 충실해야 해요. 동작을 하면서 눈도 마주치고 웃어야 하고….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은 작품이에요.”(심현희)

 요즘 눈만 마주치면 파드되(2인무) 동작을 연습한다는 두 사람. 사랑에 빠진 연인이 추는 2막의 침실 파드되에 특히 공을 들인다고 했다.

 “침실 파드되가 시작될 때 보통 메도라는 콘라드에게 기대서 침실로 들어가는데 저희는 약간 변형하기로 했어요. 부끄러워하는 메도라가 뒤로 주춤하면 콘라드가 손으로 잡아 이끄는 식으로요.”(허서명)

 “연습할 때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동작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다가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설레는 감정이 들 땐 어떻게 손을 잡는지 등 작은 것 하나하나 대화를 나누며 동작을 연구했어요.”(심현희)

 선화예고 1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한 무대에 서기까지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옆에서 지켜보던 오빠예요. 남편과도 잘 아는 사이여서 평소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요. 무엇보다 무용수로서 경험이 많다 보니 오빠에게 많이 의지를 하게 돼요. 힘들 때 의지하게 되는 파트너예요.”(심현희)

 “현희는 순수한 소녀 메도라 그 자체예요. 백지 같아서 어떤 색이나 그림을 입혀도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무용수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가벼워요! 발레리노에겐 그게 최고거든요.(웃음)”(허서명)

 5000∼10만 원.


이지훈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