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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첫 ‘흑인 여성 대법관’, 233년 인종 벽 깼다

美 첫 ‘흑인 여성 대법관’, 233년 인종 벽 깼다

Posted April. 09, 2022 08:48,   

Updated April. 09, 20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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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지명자는 인준됐습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미 의회 상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후보자(51)에 대한 인준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일부 흑인 참모진은 서로 포옹하거나 어깨춤을 췄다.

 1789년 미국 연방대법원 설립 후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순간이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은 “정말 뜻깊은 순간”이라며 “잭슨 후보를 대법원에 앉힌 것은 국가로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성명”이라고 말했다.

 잭슨 후보자는 1970년 워싱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국선변호사,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내다가 올 1월 은퇴를 선언한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됐다. 6월 말이나 7월 초 브라이어 대법관이 퇴임하고 공식 취임하면 잭슨 판사는 미국 116번째 대법관이 된다. 잭슨 후보자는 6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세 번째 흑인 대법관이다.

 잭슨 후보자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법관을 인준하는 미 상원 의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가운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과거 판결 성향을 지적하며 인준 반대를 선언해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 밋 롬니를 비롯해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이 찬성표를 던져 극적으로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을 탄생시켰다.

 잭슨 후보자와 함께 백악관에서 표결을 지켜보던 바이든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았어(올 라이트·All right)”라고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역사적 순간이다. 미국 최고 법원은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다만 잭슨 후보자가 대법관에 취임해도 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신직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은 9명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법관 3명이 지명돼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은 각각 6명 대 3명이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