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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쇼크에 무역수지 휘청… 올들어 ―60억 달러

유가 쇼크에 무역수지 휘청… 올들어 ―60억 달러

Posted March. 29, 2022 08:51,   

Updated March. 29, 20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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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송비 지출 중 기름값 비중이 예년엔 50%였지만 지금은 80%까지 올랐어요.”

 경남 지역에서 화물 트럭을 운행해 생계를 유지하는 장모 씨(64)는 최근 급등한 경유 가격에 시동 켜기가 무섭다. 장 씨는 “기름을 최대한 적게 쓰도록 운전하느라 신경이 바짝 날카로워졌다”라며 “이대로라면 차라리 운행을 중단하는 게 나을 정도”라고 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휘발유 가격은 물론 서민들이 많이 쓰는 경유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도 급등해 한국 경제의 엔진인 무역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주유소 생겨나

 최근 들어 휘발유는 물론이고 경유까지 가격이 치솟아 서민들과 물류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8일 기준 전국 휘발유 L당 평균 가격은 2001.15원, 경유는 1920.44원이다. 다만 지역에 따라 최근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주유소도 생겨나고 있다.

 경유 가격 급등세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나서면서 불이 붙었다. 특히 유럽국가의 경유 수입량 중 러시아산 비중이 60%가량인데 수급난이 생기자 국제 경유 가격이 뛰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내 휘발유 유류세 인하 효과가 경유보다 더 크다 보니 경유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되기도 한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 인하 전 기준으로 L당 820원의 유류세액이 붙는다. 반면 경유는 582원의 유류세액이 더해진다. 결과적으로 유류세(탄력세율 기준)가 20% 인하될 때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인하 혜택이 있다.

 경유 가격이 치솟자 국내 택시·버스·화물 관련 운송단체 7곳은 이날 “실질적인 고유가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에 공동 성명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3년 사이 최저가 대비 경유 가격이 80% 급등했다며 운송사업자들의 경영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유류세 연동 보조금 삭감분을 전액 보전하고 유가연동보조금을 시행해 유류비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물류업계 대란이 우려되자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더 상향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현행법상 탄력세율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올릴 수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하폭을 25%로 할지, 30%로 할지 등을 두고 고심 중”이라고 했다.

○ 에너지 수입액 85% 급증, 무역적자 불어나나

 국제유가가 계속 치솟으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도 급등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384억9660만 달러(약 47조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85.4% 늘었다. 원유 수입액은 69.8% 늘었고 가스 수입액은 92.0%, 석탄 수입액은 150.6%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 증가는 국내 기업들의 수입 비용을 끌어올려 한국 경제의 최후 보루인 무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59억77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6억600만 달러 흑자였지만 올해 적자 전환된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오름세를 볼 때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우려된다”라며 “지금 같은 유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상반기(1∼6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거나 흑자가 되더라도 전년 대비 흑자폭이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