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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쓸 수 없도록” 美, 장비 부수고 떠나

“탈레반 쓸 수 없도록” 美, 장비 부수고 떠나

Posted September. 01, 2021 08:51,   

Updated September. 01, 20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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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에서 31일 철군을 끝내자 탈레반은 승리를 만끽하며 새 정부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20년 동안 전쟁만 해 온 탈레반이 경제 붕괴 등을 해결하고 아프간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31일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다른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은 “아프가니스탄 전체 영토가 탈레반 통제에 있다”고 했다. 하카니 네트워크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48)의 동생 아나스 하카니는 트위터에 “20년에 걸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면서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고 썼다. 탈레반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 미군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고, 불꽃놀이까지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은둔해있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60)가 조만간 전면에 등장해 새 정부 출범을 선언하고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쿤드자다가 남부 칸다하르에서 시라주딘 하카니와 군사위원장인 무하마드 야쿱(31)에게 내각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했으며 조만간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는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최근 “새 내각 구성이 1∼2주 내 끝날 것”이라고 했고, 부대변인 빌랄 카리미는 “아쿤드자다가 곧 대중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탈레반이, 주축인 파슈툰족 뿐 아니라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등 소수민족과 과거 군벌 세력이 적절히 참여하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떠난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해결할 첫째 문제는 경제다. 아프간은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80%를 차지했지만 모두 끊겼고, 대부분 미국에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도 동결됐다.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하는 해외 원조도 대부분 중단됐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과 동시에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식료품 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른 상황이다. 당장 9월부터는 식량부족이 예상된다. 탈레반은 경제 건설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위대한 이웃인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치에 필요한 인적 자원도 씨가 말랐다. 과거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이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보복을 겁내며 출근하지 않고 숨어 지내고 있다. 탈레반 대원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총을 쏠 줄은 알지만 대부분 문맹이다. 당장 미군이 떠난 카불 공항을 운영할 기술 인력이 없다.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카불 공항 운영에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래도 낙후했던 의료 시스템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떠나면서 붕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바라며 이슬람 율법을 근간으로 여성의 교육 기회 부여 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도 예상된다. 탈레반은 수많은 파벌이 있고 2015년에도 전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죽음을 지도부가 숨겨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벌 간 내분을 겪었다. 최근 카불 공한 폭탄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국가(IS)를 억누르는 것도 탈레반의 과제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