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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의 힘

Posted August. 23, 2021 08:39,   

Updated August. 23, 20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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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충격을 받거나 실망하거나 단순히 다루기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잘 모르는 낯선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실망과 경악을 안겨주는 그 모든 미지의 것들이 바로 우리를 가장 성장시키는 것들이다.

―앤 모로 린드버그 ‘바다의 선물’ 중

 먼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자기네 집에 가보자고 한다. 마당에 포도가 주렁주렁 익고 있으며 어머니가 귀한 차를 내줄 거라고 한다. 따라가야 할지 말지 우리는 대부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두려움도 중요한 감정이다. 두려움과는 분명 다른 감정이지만 나는 여행지에 가져가야 할 것 중에는 결핍과 불안, 두 가지 준비물이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바싹 마른 습자지처럼 무한대로 빨아들일 상태는 그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곤 하니까.

 한번은 폭설을 만났는데 낯선 이의 차를 타고 눈길을 달렸다. 그러다 미끄러져 길이 아닌 곳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봄이 오고 눈이 녹으면 차를 찾으러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한 시간 넘게 걸어 눈길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평범하지만 귀한 메시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건 그의 몸에 밴 절도 때문이었다. 삶에 대해 조금도 난처해하지 않는 거침없는 구력을 봤다고 해야 할까.

 보통의, 평균의 삶을 사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그 또한 도달하기 쉽지 않은 기준이지만 인류 모두가 그 기준을 붙들고 산다면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자신의 감정을 어느 쪽으로 접속해야 하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선택 가능한 것만 손대겠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려고만 한다.

 최소를 살아야 하는 대감염 시대에 우려가 있다면, 바깥 세계로부터 사람을 통한 자극이 현저히 줄어든 우리가 표준 이하의 삶에 안주하고 만다면, 그 또한 큰일인 것이다. 나는 이 시기가 솔직히 참으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