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추진에 대해 “한국인이 느끼는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는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당국자들은 1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의견을 밝혔다고 원 의원이 특파원들에게 전했다. 이 당국자들은 “(자체 핵무장이) 꼭 최선의 방법인가. 그래야만 하는가”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보기관이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로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원 의원 등은 전했다.
자칫 ‘핵무장 자체 결정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미 정보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미 핵우산으로 충분하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해 온 백악관 등 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9월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또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은 항상 동원 가능한 모든 범위의 완전한 방어능력을 갖춰왔다”며 핵무장론을 일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 대선을 앞둔 행정부 교체기에 미 정부 내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 정보 수장(首長)인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은 지난달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핵을 동결하는 등 능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가 국무부로부터 “클래퍼 국장의 개인 의견”이라고 반박당한 적이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정보기관은 백악관 국무부 등 정책 결정 부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언급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선 후 미 정부의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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