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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양복입고 현장 지도

Posted May. 14, 2016 07:24,   

Updated May. 14, 2016 07:27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지 시찰 사진이라며 13일자 2면에 큼지막하게 실은 사진은 7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이 ‘김정은 유일 지배의 수령 체제’로 변화했다는 걸 주민들과 외부 세계에 선전하려는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은 9일 끝난 당 대회 이후 첫 현지 시찰로 기계설비 전시장에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현지 시찰에 인민복이 아닌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건 처음이다. 당 대회에서 의사결정 최고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당정군 삼두마차가 모두 참석했다. 기존의 당 비서 역할인 당 중앙위 부위원장들도 총출동했다.

 사진 속 김정은은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는 80마력짜리 트랙터에 올라타서 이들을 내려다보며 거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최룡해 박봉주 등 핵심 권력 엘리트들은 뒤통수만 보인 채 김정은을 올려다보고 있다.

 김정은의 양복은 당 대회에서 두드러진 ‘김일성 따라하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말년에 양복을 입고 현지 시찰을 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김정은이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점을 대외에 선전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민복의 원조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해 9월 전승절 열병식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인민복을 입는다.

 이런 김정은이 높은 자리에서 다른 권력 엘리트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강조해 김정은에게 권력이 집중된 개인숭배체제가 본격화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완성을 공식화하기 위해 김정은을 당 위원장이라는 최고 직위에 추대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현지 시찰에서 “트랙터와 농기계를 개발해 양곡 증산에 이바지하라”고 독촉했다. 시찰엔 당 대회를 통해 새로 부장에 오른 이철만도 동행했다. 통일부는 이철만이 농업 관련 부서 부장일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방문의 초점을 ‘식량 증산’에 맞춘 것은 김정은이 당 대회 이후 당면한 가장 절박한 문제가 식량난 해결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 결정서에서 “5년 안에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반드시 풀고 인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을 정상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정은은 시찰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만이 살 길이고 만능의 보검”이라고 주장해 폐쇄적 경제발전 전략의 한계를 다시 노출했다.

 통일부는 이날 당 대회 평가 자료를 통해 “당 대회 이후 국가기관 선거를 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책도 변경시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된 것은 명목상 국가수반인 고령(88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망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중앙위 정치국 정무국 등 주요정책기관은 세대교체가 적었으나 당 중앙위원, 후보위원은 54%가 교체돼 앞으로 신진 세력이 상위 직책으로 진출하는 길을 터주려는 것이라고 봤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날 “북한이 당 대회 개최를 위해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썼다”고 추산했다. 16일 열리는 통일한국포럼(회장 손재식) 회의에서 발표한다. 남 교수는 당 대회에 참가한 총 5054명에게 4만 달러씩 들어갔다고 추산했다. 4만 달러에는 선물, 의류 교통비와 7개월간 당 대회를 준비하면서 들어간 비용이 포함됐다고 남 교수는 추정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