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테러 뒤 용의자 총 119명을 구금했고 이들 중 상당수에게 물고문은 물론이고 성고문 위협 등 야만적이고 잔혹한 고문을 자행한 사실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처음 확인돼 미국 정부의 인권유린 실태를 놓고 국제적 파장이 일고 있다.
더구나 CIA는 이런 고문을 했는데도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고 백악관과 의회에 구금자 수를 허위 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행정부는 보고서 공개로 테러 집단과 극단주의자의 보복 공격이 뒤이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과 군기지에 경비 강화 조치를 내렸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은 9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CIA 구금 및 신문 프로그램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2년 작성하기 시작한 보고서는 원본이 6800여 쪽이며 이날 발표한 것은 528쪽의 축약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작전참모로 911테러 주범 중 한 명인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 등 용의자 119명을 아프가니스탄 태국 폴란드 등의 비밀감옥에 가둔 뒤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했다. 이 중 최소 39명에게는 잔혹한 고문을 가했다. 일부 용의자들은 후유증으로 환각, 편집증, 수면장애 등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