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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올랑드의 동거녀 영부인

Posted May. 08, 2012 07:25,   

지난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미망인 다니엘르 미테랑이 87세로 타계했다. 17세때부터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그는 정치적으로 남편보다 더 열성적인 사회당원이었다. 쿠바의 카스트로나 멕시코의 마르코스 같은 혁명가들과도 친분을 유지했다. 그녀는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숨겨놓은 애인과 사생아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도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남편의 끝없는 바람기에 정나미가 떨어졌던지 사후의 휴식처로는 남편 옆자리가 아니라 친정의 가족묘지를 선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째인 2007년 10월 세실리아 여사는 남편과 이혼을 선언하고 영부인 자리를 떠났다. 그는 2005년 한 이벤트 기획자와 사랑에 빠져 남편 곁을 떠났다가 대통령에 도전한 사르코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으나 위선을 유지할 수 없다며 옛 남자에게 돌아갔다. 홀아비가 된 사르코지에게 야심적인 모델 겸 가수 출신 카를라 브루니가 접근해 사르코지의 영부인 자리를 차지했다. 사르코지는 재임중 이혼과 재혼을 동시에 한 첫 대통령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에겐 부인이 없고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있다. 그는 주간 파리 마치 기자이면서 채널 Direct 8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차갑고 도도한 인상을 가져 상층 부르주아지 출신으로 오해하지만 지체부자유자인 부친과 시립스케이트장 현금 수납원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6명 자녀 중 5번째다. 트리에르바일는 2005년경 취재를 위해 올랑드를 만났다가 사랑에 빠졌다. 당시 올랑드는 30년 가까이 동거한 세골렌 루아얄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와 별거 상태였다.

동거관계가 흔한 프랑스이지만 대통령의 동거녀는 처음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동거녀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마담 올랑드로 부르자니 올랑드와 결혼한 사이가 아니고 마담 트리에르바일레라고 부르자니 트리에르바일레는 두 번째 남편의 성이어서 어색하다. 그는 자신의 위치가 정식 아내가 아니어서 독립적이니 만큼 기자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렇다면 영부인 역할은 짬짬히 시간내서 하는 부수적 역할이 되는 것인가. 그가 동거녀 영부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