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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아내-두딸 울음소리 귓가에 맴돌아 통영의 딸 구해주세요

매일밤 아내-두딸 울음소리 귓가에 맴돌아 통영의 딸 구해주세요

Posted October. 06, 2011 08:24,   

5일 오후 3시 오길남 박사(69)가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8층 회의실 연단에 올랐다. 그는 북한에 억류 중인 통영의 딸 신숙자 씨(69)의 남편이자 혜원(35), 규원(33) 자매의 아버지다. 한숨을 내쉬며 어렵게 오른 자리였지만 그는 말을 길게 잇지 못했다.

매일 밤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의 호곡성이 귀가에 맴돕니다. (북행을 결정했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못되지만 부디 가련한 제 아내와 두 딸의 운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로 돌아온 오 박사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인권위는 이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인권시민연합,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와 함께 신숙자 모녀 구출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역할-정부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와 함께 신 씨 모녀 구출 방안을 모색한 것.

이날 세미나에는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신 씨 모녀를 알고 지냈던 탈북자 세 명이 참석해 이들의 대한 기억을 증언했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김태진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 대표는 신 씨를 연약하지만 친절한 여인으로 기억했다. 그는 하루는 신 씨 집에 땔감을 가져다 줬는데 신 씨가 특식으로 받아서 아껴뒀던 옥수수가루로 홈이 송송 패인 빵을 만들어줬다며 너무 맛있어서 놀랐는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보니 그 빵이 바로 와플이었다고 했다. 그는 탈북 후 오 박사를 만나서도 마음이 아파 와플 일화 말고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며 신 씨 모녀가 조속히 한국 땅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신분노출 위험 때문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 채 등장한 탈북자들도 기억을 털어놨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신 씨 모녀를 본 탈북자 A 씨는 신 씨 남편이 독일에서 도망갔다고 소문이 나 수용소에서 다들 신 씨를 서독집이라고 불렀다며 신 씨와 두 딸 모두 대인기피증이 의심될 정도로 말이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다녔다고 했다. 그는 큰 딸 혜원이가 그나마 말을 하는 편이었는데 아버지가 오면 우리 가족이 나갈 수 있다, 아버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수용소에서 신 씨 모녀에게 오 박사를 불러들이라고 세뇌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수용소 생활을 함께 한 탈북자 B 씨는 당시 9살이던 규원이가 본인 키만큼 쌓인 눈을 헤치고 산을 올라 나무를 하던 게 마음이 아팠다며 미국과 일본은 대통령, 총리가 나서 북한에 잡혀있는 자국민을 구하던데 대한민국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중앙정부가 나서 신 씨 모녀 구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신 씨 모녀 문제는 정권 차원의 범죄행위이자 인권 침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공론화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손현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신 씨 모녀의 생사여부 파악이 급선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와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국제인권 비정부기구(NGO)와 국제기구 간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선영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신 씨의 마산대 후배들도 참석했다. 피오나 브루스 영국 하원의원은 신 씨 모녀 사연을 영국 하원에 알렸고 북한 수용소 내 인권유린에 대한 수사를 담당할 UN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서명안도 최근에 하원에 제출했다는 내용의 격려사를 보내왔다.

한편 이날 통일부는 전후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 문제를 전담할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은 신 씨 모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정감사 등에서 줄곧 제기됐던 내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납북자 문제를 전담할 TF를 통일부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TF에는 통일부를 비롯해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 경찰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납북피해자지원단에 행정안전부가 참여하고 있지만 10월 말이면 임무가 종료된다며 범정부 TF가 구성되면 제반 관계부처 협조가 원활해지는 등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조숭호 jhk85@donga.com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