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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늦어? 세계신 욕심? 고의 실격? 볼트 3대 미스터리 (

출발 늦어? 세계신 욕심? 고의 실격? 볼트 3대 미스터리 (

Posted August. 30, 2011 07:54,   

나는 인간이다. 나도 다른 선수들처럼 실수를 한다.(우사인 볼트)

볼트는 초인적인 선수다.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다. 인간이 저지른 실수다.(딕 포스베리)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건 그냥 실수라는 견해가 많다. 본인도 그렇게 얘기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식 파트너인 아디다스의 초청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대구를 찾은 높이뛰기의 배면뛰기 기술 창시자 포스베리도 29일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그냥 실수라고 넘기기에는 볼트의 이름값이 너무 높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평소 출발이 늦어서?

볼트의 부정 출발은 평소 스타트가 늦은 데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8일 100m 결선 때 볼트의 출발 반응 시간은 0.104초로 기록됐다. 총성이 울리기 0.104초 전에 움직였다는 얘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주로 200m에서 뛰던 볼트가 100m까지 나서게 된 이유가 스타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말 그럴까.

27일 예선 때 볼트의 출발 반응 시간은 0.153초로 6조 8명 중 세 번째로 빨랐다. 준결선 때는 0.164초. 역시 8명 중 세 번째로 빨리 튀어 나갔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때 출발 반응시간이 5위였지만 폭발적인 후반 스퍼트로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볼트의 출발이 늦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기록 욕심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기록을 깨려는 욕심이 앞서는 바람에 부정 출발을 한 것 같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던 타이슨 게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출전을 포기해 1등은 떼어 놓은 당상인 상황에서 볼트가 노려볼 만한 건 세계기록뿐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볼트는 지난달 모나코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 출전을 앞두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지금 몸 상태로는 세계기록을 깨기 힘들다. 세계선수권에서는 타이틀 방어가 목표다라고 말했다.

볼트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9초88. 시즌 5위 안에도 못 드는 기록으로 자신의 최고 기록(9초58)에 0.3초나 뒤진다. 전성기 몸 상태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 볼트가 세계기록 욕심을 내다 부정 출발을 했다는 것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억측도 나와

이도저도 그럴듯한 설명이 안 되자 억지스러운 추측도 나오고 있다. 볼트가 일부러 실격을 당했다는 얘기인데 앞뒤 사정은 이렇다. IAAF는 이번 대회부터 처음으로 단번 실격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누구든지 부정 출발을 하면 사정 봐줄 것 없이 트랙 밖으로 쫓아낸다. IAAF는 2년 전 베를린에서 열린 제47차 총회 때 10종 경기를 포함한 복합경기를 빼고는 부정 출발 선수를 곧바로 실격 처리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적용됐지만 세계선수권에서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첫 번째 부정 출발은 그냥 봐줬고 두 번째 부정 출발부터 실격시켰다.

DPA 보도에 따르면 미국대학체육협회(NCAA)는 오래전부터 단번 실격 규정을 적용해 와 미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이 규정에 익숙하다는 건데 여기서 억측이 등장한다. 단번 실격 규정에 불만을 품은 볼트가 논란을 이슈화하기 위해 일부러 부정 출발을 했다는 얘기다.

볼트 실격 후폭풍

예상치 못한 볼트의 실격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100m 결선에 오른 나머지 7명의 평균 출반 반응 시간은 역대 대회 중 가장 길었다. 출발 반응 시간이 가장 빨랐던 네스타 카터(자메이카7위)가 0.154초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평균 0.166초였다. 2007년 오사카 대회 때는 평균 0.153초, 2009년 베를린 대회 때는 평균 0.139초였다. 볼트가 100m에서 어이없이 실격하자 남은 200m에서 볼트의 실격 여부를 놓고 베팅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의 베팅 전문사이트 윌리엄힐은 볼트 스페셜 베팅을 내놓았다. 볼트의 200m 실격 여부에 돈을 걸라는 것이다. 우승 확률이나 승패가 아닌 실격 여부를 놓고 베팅을 하라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저런 의문과 억측, 후폭풍을 잠재우려면 역시 당사자인 볼트가 200m에서 우승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볼트는 에이전트인 리키 심스를 통해 200m에 집중하겠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유근형 wing@donga.com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