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으면 문상을 가서 절이라도 깊숙이 하고 싶습니다.
성우 배한성 씨(65)에게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의 별세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70, 80년대 국내 방영 시 배 씨가 콜롬보의 목소리 연기를 해 더욱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배 씨는 2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눈썹을 찡그리는 것까지 세밀하게 분석한 후 더빙을 하기 때문에, 몰두하다 보면 그 캐릭터나 배우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피터 포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다며 애석함을 표현했다.
1970년대 중반 형사 콜롬보가 처음 국내에서 방영됐을 때 콜롬보 역할을 맡은 성우는 배 씨가 아니라 고 최응찬 씨였다. 최 씨가 지병으로 쓰러진 후 그 역할을 배 씨가 이어받았다. 이후 형사 콜롬보 하면 피터 포크의 독특한 표정과 코트와 더불어 배 씨의 목소리가 함께 떠오를 정도가 됐다. 콜롬보 대 배롬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배 씨는 콜롬보는 맥가이버, 가제트 형사와 함께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콜롬보의 매력은 뭘까.
콜롬보는 항상 허름한 옷차림에 다소 얼빠진 듯한 표정을 하고 독특한 코맹맹이 목소리를 냅니다. 마이너리티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죠. 하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범죄자들은 기득권자입니다. 가진 것도 많은 이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더욱 악랄하고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거죠. 각각의 에피소드 후반에 하찮게 보이던 마이너리티 콜롬보가 결국 명쾌한 논리와 완벽한 수사를 통해 범죄자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인이 쾌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배 씨는 콜롬보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허술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은 명석함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한두 마디 건네는 말에도 무게감이나 깊이를 담아야 했다. 그는 대본을 미리 받아 네댓 번 이상 읽었고, 영상도 여러 차례 보면서 분석한 후 더빙에 들어갔을 정도로 다른 작품에 비해 서너 배의 정성을 쏟았다고 회상했다. 피터 포크의 좋은 점을 닮고자 노력했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콜롬보를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피터 포크는 형사 콜롬보를 위해 태어난 배우입니다. 누구도 그분 만큼 형사 콜롬보를 제대로 해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려서부터 한쪽 눈에 장애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마저도 콜롬보라는 역할에 잘 맞아떨어졌죠.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콜롬보 외에 다른 역할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나거나 전화 연락을 해보지 못한 게 참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e메일이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천국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지은 smil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