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련 중인 집회시위 관리대책 개선안의 핵심은 집회 성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평화집회에 대해선 기동부대를 배치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집회시위를 보장해주는 대신 폭력집회는 시위대의 불법행위보다 한 단계 높은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경찰 복안이다. 시위대나 국민이 경찰력 배치 유무와 경찰 복장, 동원된 시위진압 장비만 보고도 집회의 성격과 위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집회 보장하되 폭력시위는 엄단
경찰은 우선 합법집회를 소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넘어 합법집회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할 방침이다. 경찰이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주최 측과 협상을 통해 합법집회를 열도록 설득하는 등 합법 촉진활동을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그동안 집회 장소가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거나 주최 측이 폭력집회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집회를 금지했던 것에서 벗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주최 측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또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집회를 신청하는 복수 신고의 경우에도 집회 내용이나 목적이 서로 방해가 되지 않는 경우엔 허용하기로 했다. 집회가 열리면 무조건 경찰 기동대를 출동시키는 기존 집회 관리 방식도 개선해 폭력집회를 제외하고는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는 대신 정보관과 교통경찰만 배치해 집회를 관리하기로 했다.
경찰은 폭력 집회 때 동원하는 물리력의 사용 기준과 장비사용 매뉴얼도 정비해 절제된 공권력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시위대의 불법행위 정도에 비례해 한 단계 높은 물리력을 사용해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시위대를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위대가 해산에 불응할 때엔 체포술 등 신체적 강제력을 사용하고, 집단 도로점거나 몸싸움 등을 벌일 때엔 최루액이나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와의 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 최소한의 물리력만 사용할 방침이라며 물리력 사용에 앞서 시위대와 주변 일반 시민에게 앞으로 경찰이 취할 행동에 대해 공지함으로써 공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실시 긍정적 효과
집회시위 관리 개선안이 나온 것은 폭력시위 감소와 평화적인 시위문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07년 64건에 이르던 폭력시위 건수는 2008년 89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09년 45건에 이어 2010년 6월 현재 14건으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경찰이 그동안 집회시위를 국민 기본권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관리 대상으로 간주한 데 따른 자성도 이번 개선안이 나온 또 다른 배경이다. 경찰은 그동안 현장 검거 중심으로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과잉대응 논란을 빚거나, 과격 폭력 시위에 대해 수동적 방어적으로 대응하면서 무기력한 공권력이라고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시범 실시한 결과 효과가 있었던 것도 이번 개정안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집회 대비를 위한 일률적인 경찰력 배치를 상당 부분 줄였다. 2009년 노동절 집회엔 159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2010년 노동절에는 15개 중대만 동원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올 3월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개최한 첫 노동계 대형집회엔 이례적으로 집회장소 인근에 진압경찰 대신 교통경찰만 배치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이 올 들어 10월까지 집회에 동원한 경찰력은 1만1132개 중대 연인원 100만188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6391개 중대 147만5190명)에 비해 32%나 줄어든 수치다. 경찰력 배치가 줄어들었지만 불법 집회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불법집회 건수는 10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위대와 큰 충돌이 없었던 것도 시위대와의 대화를 통해 합법 집회로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pjw@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