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생생해요.
하루가 넘게 걸린 여정에도 박용성 대한체육회장(70)의 표정엔 힘이 넘쳤다.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아쿠아틱 컨벤션이 열린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 갔다 브라질 상파울루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30일 귀국했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차량 및 비행기 이동 시간만 26시간 30분. 오후 1시 5분에 인천공항에 내린 박 회장은 오후 7시 40분 인도 뉴델리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뉴델리에서 열리는 영연방대회를 보기 위해서다. 당초 뉴델리로 바로 가려 했으나 등산하다 다친 왼쪽 발톱과 치아에 문제가 생겨 치료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렀다.
박 회장은 요즘 강원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오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힘들지 않느냐고 하자 아직까진 거뜬하다. 결국 눈도장이 중요하다. 자꾸 얼굴을 보여 친해지고 우정을 쌓는 게 위원들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했다.
박 회장은 올 하반기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 20일부터 24일까지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리는 세계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륙별 총회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ANOC 총회 때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유치 희망국이 첫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상대의 전략이 모두 나오는 때이죠. 그동안 물밑 작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박 회장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겨울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 초 끝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만이 아닌 스피드와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을 따 종목 편중 현상을 탈피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그동안 쇼트트랙만 잘해서 무슨 올림픽 유치냐고 했던 위원들이 조용해졌다며 활짝 웃었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내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