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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총리 사과, 역사왜곡 시정으로 이어져야

[사설] 일총리 사과, 역사왜곡 시정으로 이어져야

Posted August. 11, 20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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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병합조약 공포(8월 29일) 100년을 앞두고 어제 발표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사과 담화는 병합조약의 부당성을 언급하지 않아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 5월 일본의 지식인들은 한국 지식인들과 함께 병합조약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시킨 불의부정()한 행위였다고 선언하고 병합조약이 원천무효라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동참 지식인들이 잇따라 최근까지 일본에서 545명, 한국에서 592명이 참여했다. 두 나라 지식인은 일본 총리의 담화에 병합조약 원천무효 선언이 포함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국 모호한 표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간 총리는 이번 담화에서 31 독립운동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적 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고 밝혔다. 한일 병합조약에서 비롯된 식민지 지배가 한국인의 뜻에 반한 것이었다고만 기술해 병합조약의 강제성, 불법성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인정에 그친 것이다.

한일 병합조약은 식민지 지배의 출발점이었다. 병합조약이 20세기 초 군사적 외교적 우위에 있던 일본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엄연한 사실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한 진정한 역사의 화해는 어렵다. 일본은 병합조약이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것이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무효가 됐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일본 정부는 양국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조약의 강제성을 담화 안에 명시적으로 언급했어야 했다. 한일간 역사문제를 획기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 담화는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 민주당이 당 내부와 야당, 극우 단체로부터 사죄 외교를 한다는 공격을 받으며 관철시킨 것이다. 일본 정부가 병합 100년을 계기로 사과 담화를 발표하고 일본의 역대 사과 담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 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진일보()한 역사인식으로 평가할 만 하다.

간 총리는 조선총독부를 거쳐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정부 소장의 한국 문화재를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역사적 화해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만하지만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조사를 거쳐 자세한 현황을 파악하고 불법 유출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우리 측에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사과 담화와 문화재 반환은 큰 의미를 지닐 수 없다. 독도 문제에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일본은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역사교과서의 왜곡도 시정함이 옳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올해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표기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것은 역사 왜곡을 심화시키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거대 중국의 부상 과 함께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긴요하다. 일본은 보다 넓은 시각에서 한일 간의 역사 청산과 화해 문제를 바라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