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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협조 어렵다 에둘러 표현? (일)

Posted June. 17, 2010 08:25,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8, 9일 중국을 방문했던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에게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의 저서 유후론() 일부를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고 외교소식통이 16일 밝혔다.

추이 부부장은 8일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대연회장에서 천 차관과 만찬을 한 뒤 이 액자를 전달했다. 추이 부장이 자필로 쓴 대목은 유후론 97구절 가운데 인내와 자제를 강조하는 5구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한 중국의 의중을 보여주는 메시지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천하유대용자천하의 큰 용기가 있는 자는) (졸연임지이불경갑자기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으며) (무고가지이불노까닭 없이 해를 당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차기소협지자심대이는 그의 마음에 품은 바가 크고) (이기지심원야뜻이 심히 원대하기 때문이다).

유후론은 중국 한나라 개국공신인 장량의 일화를 다룬 것이다. 장량의 인내심에 감탄한 한 노인이 건네준 병법서 태공병법()을 이용해 전쟁에 승리했다는 내용으로 중요한 시기에 일시적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참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천 차관과 추이 부부장은 1992년 한중수교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북핵 6자회담 협상 과정에서도 호흡을 맞춰왔다. 이 때문에 막역한 사이의 친구로서 개인적인 선물의 형식을 빌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을 달래려는 중국의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액자의 글귀를 그대로 대비시키면 천안함 침몰이라는 갑작스러운 화를 당했지만 너무 화를 내지 말라는 뜻인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대응 조치를 두고 한국에 냉정과 절제를 강조해왔다.

천 차관의 이번 방중은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직후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대외관계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고사성어 외교로 간접적인 뜻을 나타내곤 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수도동귀)고 말하자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예상왕래)고 응수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