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꺾은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과 태극 전사들의 눈은 이제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맞붙게 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쏠려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의 강팀이지만 그리스에 완승을 거둔 자신감으로 맞붙는다면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아르헨티나에 이기거나 비기면 16강 진출 희망도 거의 현실이 된다.
남아공에 입성하기 전인 4일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최강의 스페인과 가진 마지막 평가전은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경기였고 허 감독은 경기 뒤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이긴 아르헨티나는 강점을 보여줬지만 허점도 동시에 보여줬다. 이 경기를 보고 허 감독은 어떤 공략법을 구상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르헨티나 공략 법을 짚어본다.
메시의 차단은 중원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인 메시는 나이지리아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왜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포지션 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 바로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짧은 볼 터치에 의한 드리블로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며 상대 진영에서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찰나 같은 슛 기회도 놓치지 않았고 상대 수비수들이 협력 수비를 펼치면 공간이 빈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로 슛 기회를 만들어줬다. 메시는 카를로스 테베스, 이과인과 함께 삼각 편대를 형성하면서 나이지리아 수비 진영을 휘저었다.
따라서 메시 차단이 우선 과제다. 전문가들은 전담 마크를 두는 것보다 수비수들이 촘촘히 공간을 점유해 메시의 활동 범위를 주지 않고 중앙에서 메시에게 주로 볼을 공급하는 후안 베론을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수비는 11명 전원이 함께하는 것이지 수비라인의 4명 만 하는 게 아니다. 미드필더에서부터 상대에게 (활동할 수 있는) 거리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후반 중반까지만 막으면 기회는 온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앞 선이 수비 가담을 못했고 1선과 2선, 3선의 사이가 벌어져 나이지리아에게 몇 차례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잘 막으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남아공 베이스캠프를 해발 1230m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에 마련해 해발 1700m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대비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력 저하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곳에서 훈련을 하며 고지에 적응한 한국 선수들은 후반 체력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리스와의 경기 때도 고지 훈련의 효과인지 저지대에서 훈련한 그리스 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훨씬 활발했다.
중원을 두텁게 하면서 세계 최고 전력의 스페인의 플레이를 막아 낸 것처럼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실점 없이 잘 버틸 수 있다면 후반엔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올 수 있다.
김성규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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