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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판 수출진흥 각료회의

Posted March. 13, 20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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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입국()을 내걸었던 박정희 정부는 1965년 경제 각료와 산업계 금융계 대표 등이 참석하는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신설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는 1979년 1026 사건으로 그가 서거()할 때까지 15년 가까이 매월 열렸다. 회의에서는 월별, 품목별, 지역별 수출동향을 점검하고 수출증대 시책을 논의, 결정했다. 수출유공자 표창대회를 겸해 열린 12월의 회의는 그 해 우리 경제의 성취를 자축하는 국민적 행사였다.

수출진흥 확대회의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 사회정책 가운데 새마을운동과 함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정부는 달러표시 수출금액이란 구체적 기준으로 우수 기업과 기업인에게 금융 지원과 훈장 포장 수여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인센티브에 힘입어 한국의 산업 역군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일부 도덕적 해이와 정경유착도 나타났지만 국가와 국민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이 실로 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수출 유관부처들로 구성된 수출진흥 각료회의와, 대외무역 자문기관인 수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도 당연히 다른 국가들과 수출경쟁을 벌여야 한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정부적으로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좀 더 시장친화적 환율 체계로 옮겨간다면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중국 위안화 가치 평가절상도 촉구했다. 앞으로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행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미국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7116억 달러와 6959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입이 급감했지만 그래도 적자가 3807억 달러나 됐다. 무역적자에 따른 막대한 경상적자는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로 불리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 정부의 수출확대 노력은 미국 및 세계 경제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특히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 폭이 가장 큰 중국과의 통상마찰로 이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 자칫 한국에도 통상압력의 불똥이 튈 수 있으므로 제대로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