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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피겨 여왕의 코치

Posted February. 26, 20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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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는 곳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있다. 우리 나이로는 쉰(1961년생)이니, 김 선수에겐 아버지 뻘이다. 소년 시절 아이스하키를 하다 피겨로 전환해 캐나다선수권을 8번, 세계선수권(1987년)을 1번 차지했다. 1979년 주니어 선수 중에선 세계 최초로, 시니어를 포함하면 세계 두 번째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켜, 미스터 트리플악셀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9년엔 세계피겨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에게도 뼈아픈 패배가 두 번이나 있었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겨울올림픽때 트리플 플립에서 실수를 하면서 이름이 같은 브라이언 보이타노에게 0.1점 차로 패배해 은메달에 그쳤다. 스포츠 매체들은 이들의 메달 경쟁을 브라이언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 뒤로 오서에게 트리플 플립은 늘 악몽처럼 따라다녔다.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에서도 스코트 해밀턴에게 아쉽게 패배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연아가 우승하더라도 금메달은 오서의 것이 아니라 김연아의 것이다. 그러나 연아가 우승하면 선수 때의 아픔을 다소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서는 말한다. 그는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캐나다는 1976년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그가 금메달을 못 따면 캐나다는 두 번씩이나 올림픽을 개최하면서도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유일한 국가가 될 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압박감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밴쿠버에서 아사다 마오가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73.78점을 기록했을 때 일견 김연아의 표정도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언가 열심히 말했다. 겁 먹지마. 너는 더 잘하잖아. 너는 더 높은 점수를 낼 수 있어. 대체로 이런 말로 연아의 압박감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연아는 오서 코치의 격려를 받고 나가 78.50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마오는 베스트였지만 연아는 퍼펙트였다. 엄청난 압박감에 짓눌려 은메달의 아픔을 겪어본 오서이기에 압박감에 풀어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26일은 오서 코치가 선수 때 두 번씩이나 놓쳤던 금메달을 사냥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