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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잘 싸운 거인, 이젠 편히 쉬기를 (일)

Posted February. 08, 2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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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경기 도중에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10년째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 씨(41)가 7일 오전 8시 사망했다. 그동안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임 씨는 5일 감기 증세로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진 데 이어 이날 오전 급성 심장마비와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이 겹쳐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영결식은 9일 열린다.

임 씨는 2000년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기 전까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7시즌 동안 포수로 활약했다. 전성기인 2000년 4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 중 갑자기 의식불명으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에 산소가 통하지 않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 병상에 누워 있던 임 씨를 10년 가까이 보살펴 왔다. 산삼을 구해 먹이는 등 모든 치료방법을 다 동원해왔다. 임 선수에 대한 후원의 손길도 계속됐다. 하지만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임 씨의 아내 김영주 씨(40)는 억척스럽게 혼자 생계를 꾸려갔다. 김 씨는 간병과 함께 스포츠 용품점을 하기도 하고 낮에는 미술학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여성복을 팔기도 했다. 김 씨는 이날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에게 아빠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면서 살아왔다며 이제 남편이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씨의 어머니 강경애 씨(61)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몇 번이나 혼절했다. 강 씨는 매일같이 아들을 휠체어 태워 산책을 시키고 음악도 들려줬다. 욕창이 생길까 봐 하루에 3, 4번 씩 80kg이 넘는 거구의 아들을 뒤집었다. 강 씨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임 씨의 영정사진이 깔려 있었다. 빈소에는 아들 세현 군(16)과 중학교 2학년 딸 여진 양(14)이 어머니와 함께 빈소를 지켰다. 아버지 임윤빈 씨(63)는 아들이 쓰러질 때 손자가 여섯 살이었는데 이제 어느덧 커서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임 씨의 지인들과 팬들도 애도를 표했다. 이날 고려대 1년 후배인 전 LG 트윈스 선수 이상훈 씨(39)는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한편 임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식물인간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연명 치료 중지(존엄사) 지침에 6개월 이상 지속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도 가족 결정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