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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해운대가공할 아바타 섹시한 쌍화점 (일)

영리한 해운대가공할 아바타 섹시한 쌍화점 (일)

Posted December. 22, 20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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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말하자면, 이건 이미지 쇼크다. 실사()에다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로봇들을 합성한 트랜스포머를 훌쩍 뛰어넘어, 아예 실사와 CG의 구분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전대미문의 영화. 살아있는 배우의 얼굴표정과 움직임을 센서로 포착해 CG 캐릭터로 재현해내는 모션 캡처 기술은 기존 파이널 판타지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같은 영화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CG로 100% 가상세계를 묘사하면서도 핸드 헬드(카메라를 들고 찍어 화면이 마구 흔들리는 사실적 촬영기법), 스테디캠(충격흡수 장치를 단 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미끄러지듯 따라가면서 계속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 같은 실사영화의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발상의 전환이 무서움을 느끼게 할 정도. 상상하는 모든 걸 이미지로 구현해내고, 기술 자체가 신()이 되어버린 할리우드의 가공할 파워를 실감한다.

뉴문=놀라울 만큼 짜증났던 영화. 전작 트와일라잇의 흥행성공에 기생하려는 이 황당무계한 영화는 흡혈귀 영화라기보단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흐르는 10대 소녀라면 공감할 만한 영화. 너의 숨소리 자체가 내겐 선물이야 넌 내가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인걸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는 차치하고라도, 흡혈귀인 백인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여주인공 벨라의 행실은 차라리 분통을 터지게 만든다. 가만히 있던 (초콜릿 복근을 가진) 원주민 늑대소년을 실컷 유혹해 후끈 달아오르게 해놓고선, 늑대소년이 입을 맞추려 하자 제발 이러지 마라고 밀쳐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남자들이여, 일어나라!는 구호가 절로 터져 나온다.

10억=놀라울 만큼 제목을 잘못 지은 영화. (내게는 물론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서울 강남에 변변한 아파트 한 채 못 살 돈인 10억을 차지하기 위해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등장인물들을 보다 보면 니들이 수고가 많다라는 측은지심만 생긴다. 반면 놀라울 만큼 제목을 잘 지은 영화도 있었다.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와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그 경우. 두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애정행각과 갈등은, 정녕 그가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당신이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해운대=놀라울 만큼 영리한 영화.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라며 대단한 스케일을 보여줄 것처럼 미끼를 던져놓고선 실제론 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벌이는 애증의 드라마로 승부를 본 영화. 게다가 착한 놈은 살고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는 할리우드 재난블록버스터의 권선징악 메시지를 살짝 비켜가면서 착한 놈도 죽을 수 있고 나쁜 놈도 살 수 있다는 인명재천의 메시지로 차별화하는 센스.

쌍화점=놀라울 만큼 야한 영화. 사랑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 아닌 육체라는 진부한 메시지를 이토록 그럴듯하게 포장한 영화가 또 있을까? 솔직히 얘기하면 그냥 야한 영화인데도 뭔가 깊이 있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시인 출신 유하 감독의 남다른 능력인 듯. 특히 조인성이 정사 장면에서 핏대란 핏대가 목에 전부 서도록 만드는 이른바 목 핏대 연기는 굉장한 감성적 폭발력을 갖는다. 또 케이트 윈즐릿이 주연한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도 굉장히 섹시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억척 여인 한나(케이트 윈즐릿) 앞에서 연하 남학생 마이클(데이비드 크로스)이 벌거벗고 목욕하는 순간은 압권. 참기름 칠을 한 것처럼 고소하고 매끈매끈해 보이는 마이클의 순진무구한 나체는 남자가 봐도 마음을 빼앗길 정도다.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