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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함정이 서해서 구조 (일)

Posted December. 03, 2009 07:41,   

2일 오전 11시경 판문점. 검은색 모자에 군복 차림을 한 북한군 중사가 군사분계선을 걸어 남에서 북으로 넘어갔다. 남쪽에는 유엔군이, 북쪽에는 북한군이 이 병사의 북행을 지켜봤다. 이 병사는 지난달 29일 서해 연평도 서북방 1.85km 해상에서 뗏목을 타고 표류하다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해 구조됐다. 이틀간의 조사과정에서 이 병사는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했다. 한국군과 유엔사령부는 이 병사의 요구대로 이날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이 북한군 병사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날은 황해남도 강령군 모 부대의 회식일이었다. 이날 회식에 사용할 물고기를 잡는 것이 이 병사의 임무였다. 이 병사는 바닷가 인근 수심이 얕은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하지만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물고기가 걸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스티로폼과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을 타고 바다로 향했다. 낚시에 너무 몰입한 탓일까. 뗏목이 해안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었지만 이 병사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때 갑자기 서북풍이 불기 시작했다. 뗏목은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흘러갔다. 남으로, 남으로. 이 병사는 그렇게 몇 시간을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NLL을 넘었다.

한국 해군은 즉각 출동했다. 뗏목 가까이 도착해 구조하려 했다. 하지만 이 병사는 자신이 갖고 있던 작은 칼을 꺼내들고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몸짓을 했다. 해군은 해치려는 게 아니라 구조하려는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고, 북한군 병사는 그제야 해군 함정에 올랐다. 한국군과 유엔사령부는 대공용의점이 없는지, 귀순 의사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 결과 북한군 병사의 요구대로 북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해군은 지난달 10일 서해 대청해전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의 도발을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응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군 병사의 NLL 침범이 실수였고 북으로의 송환을 원하는 점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그를 북으로 돌려보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