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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관측위성 뜬다

Posted September. 11, 20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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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농장 상태 확인

매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는 옥수수와 밀 등 주요 농작물 거래가 활발하다. 만일 밀 산지인 미국 남부나 카자흐스탄에 가뭄이 닥치면 밀 선물()을 산 투자가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연히 보유해야 한다. 다음 해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풍작이 예상된다면 값이 떨어질 것이므로 미리 팔아야 한다. 이처럼 농산물 작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투자가들이 위성영상에 눈길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성영상은 짧은 시간에 지역별 농산물 생산량을 추정할 수 있다. 정보의 수집 속도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보다 훨씬 빠르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는 산림 투자도 위성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위성영상 수요가 늘면서 아예 곡물 작황만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독일 래피드아이사는 지구 전역의 작황 정보를 수집하는 관측위성을 쏘아 올리기로 하고 지난해 8월 말 위성 5대를 발사했다. 이 위성은 올 초 프랑스 북부에서 유채씨 함량과 밀의 엽록소 분포를 담은 영상을 촬영했고, 회사는 이를 활용해 이들 농산물의 작황 보고서를 만들었다.

한국도 곧 농작물 위성영상 촬영 가능

한국은 아직 위성영상을 농산물 투자에 활용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위성기술만큼은 이미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성영상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느냐는 관측 장비의 성능에 좌우된다. 위성은 가시광선을 비롯해 적외선과 자외선 등 다양한 빛을 이용해 지상을 관측한다. 가로세로 5m 물체를 식별하는 전자광학카메라 정도면 농작물 작황이나 나무 분포, 병충해 피해 상황을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카메라가 촬영한 흑백영상과 컬러 정보를 조합하면 농작물의 종류나 수종()도 알 수 있다. 여기에 8기가헤르츠(GHz) 주파수를 갖는 영상레이더(SAR)로 촬영하면 나무의 키나 굵기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가로세로 1m인 물체를 식별하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통신해양기상위성, 내년 아리랑 5호, 2011년 아리랑 3호가 추가로 발사되면 모든 종류의 위성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용상순 팀장(다목적실용위성3호 탑재체팀)은 아리랑 3호와 5호, 통신해양기상위성이 수집한 광학 및 레이더 영상정보를 합성하면 한반도 내 농작물 작황이나 연안 어류의 어획량,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분포 변화를 예측하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영상 이용 새로운 투자 늘 것

위성영상 시장의 빅뱅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이미 예고됐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핀란드 노키아는 2007년 미국 1위 지도정보제공회사 내브텍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는 80억 달러(약 9조8400억 원). 회사를 인수할 당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에 이른다. 그만큼 미래 가치를 높게 봤다는 뜻이다. 노키아가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회사를 인수한 까닭은 이 회사가 세계 교통지도를 구축해 내비게이션 회사와 자동차 회사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IT회사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어스와 버추얼어스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이버 지도 전쟁에 뛰어든 것도 위성영상 분야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위성영상을 포함해 세계지도 구축 시장은 해마다 45%씩 급성장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허준 교수는 공간정보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위성영상을 활용한 다양한 정보 서비스와 신개념 투자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근태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