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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내 운명 2살 아들도 발차기

Posted September. 04, 20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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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턱을 가릴 정도로 덥수룩한 수염에 부리부리한 눈매, 두꺼운 팔뚝과 탄탄한 몸매까지.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약속 시간에 딱 맞게 왔는데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0분 전에 도착해 여유 있게 사람을 맞는 게 예의죠.

샤카트 파잘 씨(45)는 파키스탄의 인기 배우다. 그가 1993년 출연했던 태권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빅 히트를 쳤다. 파잘 씨가 한국에 오게 된 건 태권도와의 인연 때문. 그는 1987년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도 태권도 덕분. 우연히 태권도장을 찾은 TV 프로듀서가 그를 본 뒤 바로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태권도 실력을 겸비한 그는 드라마에서 태권 고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태권도 역시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파키스탄 내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뒤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늘어 아예 도장을 차렸다며 웃었다. 그의 도장은 이미 500명이 넘는 태권도 유단자를 길러 냈다. 파잘 씨는 태권도를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1일부터 사흘간 국기원에서 주최한 세계태권도지도자포럼에 초청받았다.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 200여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그는 태권도에 기여할 기회를 준 국기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특수부대원 출신인 아버지를 존경했던 파잘 씨는 원래 멋진 군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태권도 시범을 보게 됐다. 아름다운 발차기와 절도 있는 자세에 푹 빠졌죠. 이때부터 태권도와 그는 운명처럼 엮였다.

공인 6단인 파잘 씨의 태권도 사랑은 5명의 자식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태권도 2단인 첫째 딸은 물론 두 살인 막내아들까지 태권도를 좋아한단다. 그는 막내가 태권도 발차기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파키스탄 외교관이기도 한 그는 태권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태권도 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태권도는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전 고혈압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태권도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태권도는 제 마음의 고향이죠.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