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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CCTV 없었으면 강호순도

Posted June. 15, 200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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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영상분석실은 2007년 말 경찰청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전에 경찰이 쓰던 고가()의 외국산 프로그램이 국내 자동차 번호판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등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미리 알고 2007년 초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던 국과수 영상분석실의 이중 공업연구관, 김준석 문기웅 공업연구사는 1년을 더 연구한 끝에 지난해 말 토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찰과 육군 수사단에 무상으로 배포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차량번호판 규격을 고려한 판독 기능, 해상도가 낮은 영상에서도 범인의 키 등 체격 측정이 가능한 계측 기능, CCTV 영상 재연기능 등 3가지 기능이 통합돼 외국산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엔 완성품이 아닌 상태에서도 경기 군포시 여대생 살인사건, 중국 불법어선을 단속하던 목포 해경 사망사건, 북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의 수사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범인이 탔을 가능성이 있는 차량을 종류별, 연식별로 분류하는 데 활용돼 검거에 큰 도움을 줬다. 김 연구사는 외국산을 국산으로 대체해 37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최근엔 중국 공안이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문의해 올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들의 복지예산 횡령 등 예산 누수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과수 공무원들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로 예산을 절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아끼거나 재정 수입을 늘리는 데 기여한 공무원 239명에게 3억27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239명의 노력으로 거둔 예산절감 및 재정수입 증대 효과는 4928억 원에 이른다. 국과수 영상분석실 소속 3명은 25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세수()를 늘리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세무공무원들도 성과급을 받았다. 국세청의 조병성 세무주사보 등 3명은 세계적 투자은행인 외국계 A사의 조세회피 의도를 간파하고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추징한 점이 높이 평가돼 1500만 원을 받았다.

A사는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및 지분매각 주간사회사를 맡아 380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는데도 국내에 사무소 등 고정적인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조 주사보 등은 A사와 관계된 국내 회사의 보안 출입문 통과기록, 출입국관리사무소 기록을 통해 A사 직원들의 국내 체류기간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한 끝에 47억 원의 법인세를 현금으로 징수했다.

기득권과 관행을 거부해 예산을 아낀 공무원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동규 서기관 등 3명은 시군구별로 진행되던 선거공보() 봉투 제작과정을 조달청을 통한 일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꿔 7억19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입찰 방식을 변경하자 이해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음해성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이들 3명의 의지와 소신 덕분에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