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0만 명 가까이 줄고, 실업자는 95만2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 지표가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 비정규직법이 본격 적용되는 7월을 앞두고 고용 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311만 명으로 작년 3월(2330만5000명)보다 19만5000명(0.8%)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1999년 3월(39만 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했던 월별 취업자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12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3월 중 실업자 수는 전달보다 2만8000명 늘어난 95만2000명, 실업률은 4.0%로 집계됐다. 실업자 수는 2001년 4월(92만6000명) 이후 8년간 줄곧 100만 명을 밑돌았으나 현재 추세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3월 중 구직() 단념자는 1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5% 급증했다.
취업 시간별로는 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가 29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8% 증가한 반면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1991만9000명으로 2.6% 감소했다. 근로시간이 짧은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만 늘어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지난달 상용직 근로자 수는 27만6000명이 늘어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자영업자(22만2000명) 임시직(8만3000명) 일용직(11만2000명) 등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임시직과 일용직 중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인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을 2년 넘겨 고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비정규직법이 최근의 비정규직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체 고용을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소의 인사 담당자는 전체 직원 404명 중 비정규직이 192명인데 비정규직 중 절반 정도는 올해 말 이전에 2년이 되기 때문에 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7월을 기점으로 근무기간 2년을 넘기는 비정규직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량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 법의 시행시기를 아예 4년 뒤로 미루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길진균 장원재 leon@donga.com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