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영혼있는 공무원

Posted March. 07, 2009 07:44,   

日本語

화물차 타고 부산으로

곽 정책관(국장급)은 옛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작년 3월 해양부와 건설교통부가 통합되면서 처음 육상물류를 맡게 됐다.

업무가 손에 채 익기도 전인 6월 13일 화물연대 파업이 터졌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7월 한나라당과 정부가 함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꾸렸다. 김기현 의원이 팀장을 맡고 곽 정책관이 정부 측 실무를 책임졌다.

그는 곧바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로 향했다. 화물차가 있는 도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물차 운전자에게 부탁해 보조석에 앉았다. 차는 부산으로 향했다. 밤 9시에 서울을 출발해 아침 8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가는 길에 화물차주들의 불만과 생활고,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 등을 메모장에 가득 채웠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10t 이상 화물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할인해 주고 있는데 이 시간대에 딱 맞추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 때문에 운전자들이 잠을 못 자고 곡예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할인 시간대를 넓히려 했다. 하지만 재원이 모자라 일단 통행료 감면 대상을 10t 이하로 확대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곽 정책관은 충북 옥천휴게소 등 화물차전용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들러 3000원짜리 밥도 먹어보고 목욕탕에도 가봤다. 간부가 움직이다 보니 팀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당시 TF에 참가했던 한 직원은 해양부 출신이라 업무를 잘 모를 줄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우리보다 문제점을 더 잘 꿰뚫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돌며 설명회

화물 운송시장을 정상화하려면 다단계 구조를 깨야 했다. 하청을 주고 있는 운송사와 차주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화물운송업연합회, 화물주선업연합회 등과 협상했다. 하지만 당장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는데 이들이 순순히 응할 리 만무했다.

곽 정책관은 안 되겠다 싶어 이들 연합회의 회원사들을 만나기로 했다. 1 대 1로 설득하면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10월 한 달 동안 서울, 광주, 부산, 대전을 돌았다. 200명 정도를 만나러 갔는데 회의장에 600여 명이 몰려온 적도 있었다. 그가 반가워서가 아니었다.

설명을 하기도 전에 욕이 먼저 들리더군요. 저 가 우리를 죽이려고 그런다 너 어디 사냐. 인격적인 모독도 많이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화물 운송시장이 정상이냐고 따지며 조금씩 고쳐가자고 설득했다. 다단계 구조는 1998년 화물운송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뒤 화물차 수가 늘어 생겼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아예 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