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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도 시간도 김정일부자편이 아니다

Posted February. 20, 20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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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언론들이 잇달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운 씨(26)가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보도하면서 북한의 후계 문제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처럼 부자 세습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지명하면 북한 후계 문제는 끝나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아들을 후계자로 선택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가진 것일까.

북한수령체제의 변화와 수령승계방식의 한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24일 북한대학원대 박사학위를 받는 이승렬 씨(39)는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는 대답을 내놓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북한 수령제와 후계 문제=이 씨는 3대 세습 불가론의 핵심 근거를 북한 수령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에서 찾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받기 위해 부자 세습을 핵심으로 하는 수령체제를 만들었다. 일본의 북한학자 스즈키 마사유키 씨는 이를 수령의 영도를 대를 이어 계속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이 씨는 수령체제 아래에서 북한 후계체제는 후계자가 수령의 혁명적 위업을 계승해 자신의 유일 지도체제를 세웠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아들 중 한 사람이 김 위원장의 지명을 받는다 해도 자신만의 통치체제를 만들지 못하면 후계체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재체제의 부메랑 효과=이 씨는 3대 세습이 어려운 구조적 이유로 우선 김 위원장이 제도적으로 수령이 아니다는 점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1998년 헌법을 개정해 주석직을 폐지하고 권력을 당과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와 내각 등으로 분산시켰다. 헌법 서문에서 아버지 김 주석이 영원한 수령임을 명백히 해 자신은 수령의 후계자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두 번째로는 당의 약화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1974년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제기하며 사람 몸의 뇌에 해당하는 수령이 당을 통해 인민대중을 지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개인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당을 유명무실한 껍데기로 만들었고 1990년대 들어 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군을 강화해 스스로 수령의 제도적 기반을 약화시켰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당 조직지도부장 등 크고 작은 직책을 독점하고 있는 지금의 독재구조에서는 후계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나갈 정치적 공간이 없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대중도, 시간도 문제=이 씨는 김 위원장이 김 주석에 비해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데다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시간도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주석은 자신의 대중적 지지 기반을 토대로 김 위원장을 1974년 후계자로 내정해 20년 동안 키웠다. 반면 당뇨병과 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은 생명이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씨는 후계체제의 완성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후계자가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조직과 사람과 규율을 갖춰야 하는데 김 부자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후계체제의 불안정=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후계자는 권력 기반과 개인적 자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아버지의 지명을 받더라도 이런 능력이 없다면 아버지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때 함께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누구를 지명할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북한 후계체제의 필연적인 불안정성에 대한 준비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