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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겉으론 차분 속으론 부글부글

Posted July. 05, 2008 08:28,   

현 정부의 종교 편향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시국법회는 계속될 겁니다.

4일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식구법회를 개최한 불교계는 결연한 분위기였다.

불교계가 밝힌 이번 시국 법회의 취지는 쇠고기 재협상 및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촉구. 시국법회 공동추진위원장인 수경(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스님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 시위 진압과 관련해 진솔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곳곳의 스님들이 사찰 밖으로 나와 시국법회까지 개최하는 숨은 배경에는 현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자리잡고 있다. 불교계가 현 정부의 종교편향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봉헌 발언 청와대가 행정 착오로 부처님 오신날에 맞춰 전국 주요 사찰에 대통령 명의의 축전을 보내지 못한 것 청와대 전 경호처 차장의 정부 부처 복음화 발언 전국 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실린 점 국토해양부가 최근 만든 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서 사찰 정보가 빠진 것 등을 그 예로 꼽았다.

불교계는 시국법회 하루 전인 3일 현 정부가 특정 종교에 대해 편향됐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이명박 정부 종교 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이 연석회의는 서울광장 시국법회를 지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인 성묵 스님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발언하고 청와대에서 정부 복음화를 주창하는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발상을 우려한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특정 종교 편향은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교권 수호의 문제, 사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불교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날 시국법회가 열리기 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이번 법회는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지관 스님은 시국법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불교계는 현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종교 편향적 발언을 했거나 정책을 추진한 공직자에 대한 일회성 경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공직자 윤리 규정에 재산이나 도덕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종교적인 편향의 문제, 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종교를 포교하거나 폄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며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하안거 수행 중인 스님들도 선원을 나와 법회에 참가하도록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조치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시국법회와 같은 집단행동은 촛불 시위와 맞물려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