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밝힌 정부 소유 금융기업 기관장 12명 중 4명만이 재신임을 받아 8곳의 기관장이 교체된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금융공기업 기관장 재신임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신임 여부는 임기,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 경영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의 기관장들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49총선 이후 정부 소유 금융기업 기관장을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받는 형식으로 재신임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신임과 교체를 가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코드 인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임기 1년 지났는지 여부가 결정적
기관장들의 임기가 재신임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취임해 재임기간이 6개월이 채 안 된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모두 재신임을 받았다. 역시 재신임을 받은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지난해 6월에 취임해 재임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 1년을 조금 넘긴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동시에 재신임에 탈락했다.
이 같은 임기 기준이 금융기업 외 다른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자의적 기준에 대한 비판도
하지만 임기 외에도 재신임 여부에 영향을 미친 요소가 많다. 김창록 한국산업은행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총재 명칭 사용 등 권위주의적 업무 행태를 지적받아 불신임이 이미 예상됐다. 신입사원 부정 입사 등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증권예탁결제원의 조성익 원장도 마찬가지.
우리금융의 박 회장은 주로 거시경제를 다룬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관료라는 점, 금융위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과 배치되는 우리금융 중심의 메가뱅크 방안을 주장한 점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경영인으로 나름대로 경영성과를 거둔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탈락 이유로는 이헌재 사단이라는 꼬리표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문경영인 출신 CEO까지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결국 공기업 개혁의 성패가 CEO 교체의 정당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개월이상 업무 공백 우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증권예탁결제원 등은 기관장 선정을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하며 이 과정이 1개월 반 이상 걸린다. 임원추천위원회를 조직한 뒤 공모를 받아 후보를 35배수로 뽑아 금융위에 추천하고, 금융위가 다시 후보자를 뽑아 대통령에 제청,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예보가 대주주인 우리금융과 산하 금융회사들은 신임 기관장 선출을 위해 회장 혹은 행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해 적어도 2개월 이상이 걸릴 예정이다. 올 상반기(16월) 중에는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공모와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1개월 내로 공모 절차를 마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신치영 larosa@donga.com higgled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