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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정권의 안보정책 국민 대표성 잃었다

[사설] 노정권의 안보정책 국민 대표성 잃었다

Posted September. 06, 2006 07:01,   

외교를 포함한 국가정책의 수립과 집행에는 국민 의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의 헌법정신과 부합한다. 국가 안위,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안보정책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지식인들까지 대대적으로 일어나 전시()작전통제권의 성급한 환수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안보정책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는커녕 진정한 우국충정()을 거스르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720여명의 인문사회 분야 지식인들은 어제 선진화국민회의가 주도한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에 기초해 신중하게 처리돼야 할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 정치 우선적으로 졸속 처리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권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이 국민 대표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국민 대표성도 없는 정책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데 대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지식인들이 이처럼 대거 참여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결코 가볍게 무시할 일이 아니다.

지식인들은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권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을 특히 경계했다. 이들은 정부는 전시작전권 문제를 안보 효율성이 아닌 주권 또는 자주라는 정치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치문제화하고 있다면서 반미, 반동맹에 자주라는 외피를 입혀 전시작전권을 단독으로 행사하자는 시도는 진정한 자주국방의 길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들의 선언은, 역대 국방장관 및 군 원로, 예비역 4성 장군,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예비역 단체, 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반대 성명과 시위에 이은 것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여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지 보여준다. 11일에는 역대 경찰총수들도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고, 8일에는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까지도 지난해 12월 외교통상부의 의뢰로 작성한 용역서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포함한 현 정권의 안보정책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참여정부의 국가 안보전략은 현실적인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개념들의 나열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 연장선상에서 제시한 협력적 자주국방과 동북아균형자론 등의 개념은 국민 여론을 통합하기보다는 내부적 논쟁의 소지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참여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을 지낸 조영길 씨가 그제 본보 기고문에서 만약 국제법상 엄연한 독립국가인 북한을 미국이 공격해 전쟁이 난다면 연합 전시작전권 해체로 제3국의 입장으로 바뀐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한 데 대해 이 정권 사람들은 과연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친북() 자주가 오히려 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북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와 주변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래 8년 반 동안 햇볕정책으로 북을 변화시키려 해 왔으나 북은 요지부동이고 우리의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만 무장 해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도 이 문제를 성급히 매듭지으려 해선 안 된다.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전시작전권 논의의 방향을 바로 잡는 전기()가 돼야 한다. 미국 측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할 생각이 없으나 노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내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환수 논의 유보를 제의해야 한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보상황과 우리 군의 군사력 증강 여부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대한민국의 체제와 이념을 지킬 책임이 있는 정부가 실익 없는 자주에 매몰돼 악수()를 둔다면 다음 정권은 물론 역사에 죄를 짓는 결과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