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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사랑의 기억이 나를 스크린에 빠지게 했죠

가슴 먹먹한 사랑의 기억이 나를 스크린에 빠지게 했죠

Posted December. 08, 200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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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23)가 드디어 스크린에 들어왔다. 올인 햇빛 쏟아지다 풀 하우스 등의 TV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인기와 지명도를 누리고 있는 그녀. 충무로의 숱한 러브 콜에 손사래를 쳐온 그녀가 파랑주의보(감독 전윤수)로 영화에 첫 발을 내딛는다. 데뷔 10년 만이다. 22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리메이크 작. 바닷가 풍광을 배경으로 10대들의 아름다운 첫사랑과 가슴 먹먹한 이별을 담은 멜로다. 6일 송혜교를 만났다.

22일 개봉 파랑주의보서 첫사랑 열연

입술이 참 탐스러워요.

어렸을 땐 엄마가 제 입술을 싫어했어요. 쿤타킨테 같이 두껍다고요. 사진 찍을 때 항상 입술을 이렇게 (입술을 오므리며) 힘주고 찍으라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헤퍼 보인다고요.(웃음) 근데 제가 (배우)활동하고 나서부턴 화장품 모델을 많이 해서 그런지 드라마에 제가 립스틱 바르고 나오면 그게 나중에 잘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하면 또 내 입술이 예쁜가? 하잖아요. 지금은 엄마가 입술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해요.(웃음)

왜 데뷔 10년 차가 돼서야 영화죠?

가을동화 찍고 반응도 좋았고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영화에 뛰어들기엔 사랑의 느낌을 너무 모르는 나이였어요.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흉내 내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때가 온 거죠.

얼마 전 겪은 (배우 이병헌과의) 사랑과 이별의 기억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건가요?

전 정말 큰 사랑을 통해서 사랑의 감정도, 아픔도 알게 됐어요. 아픈 사랑이고 아픈 추억이지만 연기자로서 그런 감정을 경험해 본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또래 연기자들이 쉽게 갖지 못한 감정의 기억을 하나 더 갖게 된 거니까요. 연기자로선 좋지만, 개인적으론 마음이 아파요.

TV 드라마에 비해 영화 촬영은 어떤가요?

제 이목구비가 작은 편이 아니니까 약간만 움직여도 큰 스크린에선 오버하는 연기로 보이는 거예요. 표정과 제스처를 줄이고 절제하는 게 힘들었어요.

감독이 혜교 씨더러 첫 사랑의 이미지를 가졌다고 평하던데요.

모르겠어요. 전 남자보다 여성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팬들도 거의 여성이에요.

그건 내숭을 안 떨어서 그래요.

저도 여자니까 그런(내숭 떨) 자리가 있으면 내숭 떨겠지만 평소엔 털털해요. 차태현 씨가 내 오른팔로 들어오라고 할 정도니까요.(웃음)

혹시 사악한 면도 있나요?

주위에서 싸이코 역할 한번 해보라고 그래요. 의외로 어울릴 것 같다면서요. 예를 들면 친절한 금자씨처럼 싸늘한 인물이요. 옛날엔 이익 같은 걸 별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요즘엔 매사에 저에게 돌아올 이익 같은 걸 제가 챙기고 있더라고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안 그랬는데. 점점 마음이 못돼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돼요.

귀여운 여자보다 묘한 여자이고 싶어요

귀여운 건가요, 예쁜 건가요, 도도한 건가요, 섹시한 건가요?

사람들은 아직 귀여운 이미지로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전 묘한 여자란 소릴 듣고 싶어요. 쟤 좀 뭔가 묘하다 이런 느낌이요.

한 사진작가가 큰 키는 아니지만 몸매 비율이 절묘하다고 말했어요.

그거 키는 작지만 다리는 의외로 길다는 뜻이에요. 하하하.

드라마에서 최고의 남자 스타들과 파트너를 이뤘어요.

음, 송승헌 씨는 따뜻한 배우고요. 원빈 씨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친하진 않았지만 되게 착한 배우에요. 전 가을동화 속 원빈 씨 같은 남자가 좋아요. 한 여자밖에 모르고 그 여자한테 모든 걸 바치니까요. 류승범 씨는 연기파인데 색깔이 너무 많아서 감 잡기 힘들어요.(웃음) 정지훈(가수 비) 씨는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고요. 이병헌 씨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완벽한 배우?

차태현 씨와는 첫 연기 파트너인데, 누가 손해 보는 거죠?

(웃음)태현 오빠와 저는 상대배우를 살려주면서 자기도 더불어 올라가는 배우란 점에서 서로 비슷해요.

영화에서 두 사람 뽀뽀하나요?

뽀뽀랑 키스의 중간 쯤 해요. 호호호.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와 헤어질 즈음, 기자의 가슴 속에도 파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