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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과 거리 먼 대통령의 시대정신

Posted October. 18, 20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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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이긴 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읽었기 때문에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 시대정신은 바로 탈()권위, 탈권력이었고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를 버렸다는 것은 현 정권이 자랑하는 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그제 검찰도 시대정신에 따라야 한다며 강정구 교수 구속을 막아낸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합리화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법무부 장관이라는 더 큰 권력이 검찰총장이라는 하위 권력을 제압한 경우에 해당한다. 검찰의 강 교수 구속방침이 권력 남용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론이 전부일 수는 없지만, 중립적인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 결과 누리꾼의 70%는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강 교수 구속에 대해서는 46%가 찬성, 37%가 반대했다. 그렇다면 문 수석이 말한 시대정신은 노 대통령과 정권핵심그룹의 코드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력의 시대정신은 통제의 시대정신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직후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인사) 코드는 시대의 가치관이므로 계속 고집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기숙(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이화여대 교수는 신문 칼럼에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었다. 노 대통령과 여권은 또 우리끼리 코드를 앞세워 반대 여론이 6070%에 달했던 대연정() 제안이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국력소모만 불러왔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 점에서 절실한 것은 검찰에 대한 정권의 통제가 아니라 검찰이 정권의 사병() 역할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보장하는 일이다. 검찰개혁이 검찰 길들이기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진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누적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서 선진화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편 가르기로 이념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의 길과 거꾸로 가는 코드가 시대정신일 수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도 민의를 거스르는 코드 독선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