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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고향 온다

Posted October. 06, 20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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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꿈만 같다. 가슴이 설렌다. 고국 방문의 날이 기다려진다.

로버트 김(김채곤65) 씨가 자유의 몸이 됐다. 1996년 이후 7년 8개월의 수감생활을 포함해 9년 1개월 만에 얻은 자유다.

김 씨는 5일 미국 버지니아 주 동부지방법원이 4일(현지 시간) 보호관찰 집행정지 신청(8월 2일)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씨는 당초 2007년까지로 예정된 보호관찰을 이날로 끝내게 됐다.

김 씨는 1996년 9월 24일 미 해군정보국(ONI)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하며 한국에 국가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미 법원에서 징역 9년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고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2002년 감형을 받아 2004년 석방된 그는 버지니아 주 애슈번 자택에서 2007년까지 보호관찰을 받도록 돼 있었으나 예정보다 2년 일찍 마치게 된 것.

담당판사는 김 씨가 한국에 건네준 서류가 미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데다 이미 10년 전의 일이며 김 씨가 7년 8개월의 수형생활과 1년여의 보호관찰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형집행을 종료한다고 밝혔다고 김 씨는 전했다.

미 법무부는 김 씨의 보호관찰 중단에 반대했으나 법원은 김 씨 측의 신청 사유를 인정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 법원의 보호관찰 집행정지로 일찍 자유를 얻은 것은 진실을 밝히려는 그의 집념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정부는 김 씨가 미국 시민으로서 실정법을 어겼기 때문에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출간한 자서전 집으로 돌아오다에서 미온적이었던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나를 우울하게 했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서운함을 털어놨다.

그러나 김 씨는 조국의 손길을 넋 놓고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본인은 물론 동생 집까지 팔아 가며 변호사를 선임해 꾸준히 대응했다.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김 씨는 자신이 직접 법전을 뒤져 가며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고 혼자 이감 신청뿐 아니라 감형 신청과 형량 재심청구 등을 해나갔다.

한국의 후원자들은 그의 가석방을 1년 앞둔 2003년 7월 로버트 김 후원회를 발족했다. 후원회는 오랜 법정 투쟁과 수감생활로 파산 상태에 이르러 생계조차 위협받는 김 씨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