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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은 세금 자판기가 아니다

Posted September. 24, 20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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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어제 한 강연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우리가 아직 한번도 채택하지 않은 한국의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블루 오션은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가져오는 새로운 시장을 의미한다.

115조원 규모의 균형발전사업은 성 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벌써부터 부실 시비에 휘말려 있다. 나눠먹기로 끝난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새로운 수익과 고성장을 낳기는커녕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우려가 높다. 산업자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의 자체 평가보고서조차 지역균형사업이 중복 추진되는 사례가 많고 사업간 연계도 미흡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규모는 700조 원을 넘는다.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거리가 먼 사업이 많다. 총사업비 가운데 재정부담은 464조원에 달한다. 국민부담액은 가구당 4000여만 원에 이른다.

어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업도 많은데 700조원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변 장관은 700조 원에서 빠질 사업을 열거해보기 바란다. 기획예산처는 국방개혁 비용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국방부에 이미 통보했다고 한다. 이런 판단이 섰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예산주무부처의 도리다.

국민의 추가적 세금부담 없이 방대한 국책사업들을 추진하려면 복지비 등의 지출을 대폭 줄이지 않을 수 없음은 너무나 뻔하다. 그러나 정부의 중기(20052009년)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사회복지비만도 298조원으로 연평균 9.2%씩 늘어난다.

국민의 납세부담 능력은 이미 한계상황에 와 있다. 세금과 사회보장기금을 합친 1인당 국민부담금은 2001년 316만원에서 올해 4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가렴주구()에 가깝게 납세자 주머니를 계속 쥐어짠다면 적지 않은 국민이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는 배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정부는 블루 오션 타령이나 하고 있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