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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분업시대

Posted August. 23, 200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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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디자이너는 이제 의상의 구체적인 형태(디자인)를 도화지에 그리는 일만 한다.

컬러리스트는 패션업체들이 브랜드 차별화에 주력하면서 스카우트 1순위로 부상했고 소재디자이너나 모델리스트들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색을 전담하는 컬러리스트

살구빛 나는 핑크요!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컬러리스트 김영민(30) 씨는 취재기자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묻자 대뜸 핑크를 골랐다.

김 씨는 의상의 색상뿐 아니라 매장과 웹사이트 등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색을 관리하는 경력 5년차 컬러리스트다. 3월 빈폴의 전임 컬러리스트로 제일모직에 스카우트됐다.

올가을 블랙이 유행한다죠? 블랙이라고 다 같은 색이 아니에요. 여성스러운 블랙, 고급스러운 블랙 등 미묘한 차이가 있죠.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색상을 고르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빈폴 디자인 R&D팀 박정숙 차장은 과거에는 경험 많은 디자이너가 색과 디자인을 맡았지만 지금은 전문 컬러리스트를 스카우트하는 등 작업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디자이너와 모델리스트

소재디자이너는 숲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LG패션 숙녀복 닥스의 조중기(35) 소재팀장은 계절별 대표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소재디자이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소재디자이너는 컬러리스트가 추천하는 색상을 토대로 적합한 소재와 계절별로 의상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정한다. 주로 유럽에서 열리는 소재박람회에 가서 정보를 얻는다.

조 팀장은 한번 만져 보면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며 한 해 시중에 나올 의상 소재의 7080%를 1년 전에 미리 사둬야 하기 때문에 트렌드 변화에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컬러와 소재가 선정되면 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들은 도화지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디자인을 토대로 진짜 옷을 만드는 사람은 모델리스트다. 하지만 디자인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눈으로 봐서 예쁜 옷보다는 입어서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드는 게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LG패션 라푸마 류정희(30) 씨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모델리스트.

그는 어떤 디자인의 옷이든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옷을 재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엔 패션바이어

유통업체에도 디자이너 출신 전문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 해외와 국내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입점시키는 게 이들의 일. 해당 브랜드의 컬러리스트와 함께 매장 구성에도 참여한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명품의류매장 엘리든을 맡고 있는 배선영(34) 씨는 일본과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패션바이어.

그는 패션 전문 바이어는 세계 유행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고 있어야 한다며 유행과 국내 고객의 구매 패턴, 시장 상황을 모두 감안해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