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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비행기로 110분 이만한 이웃 있나요

[외교가] 비행기로 110분 이만한 이웃 있나요

Posted August. 12,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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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총통은 한국 대선에 관한 각종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까지 꾸준히 챙기면서 노 후보가 2, 3% 차이로 이길 것 같다. 당선 직후 곧바로 내 축하 친서가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실무진에 지시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그 임무를 맡은 사람이 L 씨였다.

L 씨는 이날 오후 10시경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해 유재건() 선대위 특보단장을 통해 축하 친서를 전달했다. 노 대통령의 임기 중에 한국-대만 관계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로부터 5개월 뒤 L 씨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친서 내용을 실천할 현장 외교 사령탑 자격으로.

리짜이팡() 주한 대만 대표부 대표가 바로 그 L 씨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 6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표부 직원 51명 중 대만인(25명)보다 한국인(26명)이 더 많습니다. 제 관저의 요리사와 운전사도 한국인이고, 최근에는 한국인을 제 비서로 채용했습니다. 대만과 한국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자 고집입니다.

그는 이런 한국사랑 때문에 대만 야당 의원들로부터 종종 당신은 대만 외교관이냐, 한국 공무원이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대만과 한국은 친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고 단언했다.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고, 지리적으로도 가깝고(비행기로 1시간 50분 거리), 쌍방 무역도 경쟁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라는 것이다.

객관적 통계를 봐도 대만은 한국에 고마운 존재다. 2004년도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13만 명이지만 방한한 대만 관광객은 그 2배가 넘는 30만 명. 또 매년 약 30억60억 달러(약 3조6조 원)의 무역 흑자를 한국에 안겨 주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매정했다. 1992년 8월 24일 양국 외교관계가 단절된 뒤 한국 정부는 그 어느 나라보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충실해왔다. 그 때문에 정부 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대만과의 관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 대표는 한국의 처지를 존중한다. 단교 때의 섭섭함도 이제는 100%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닙니다. 서로 진짜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한국은 중남미 같은 먼 곳에서도 친구를 찾습니다. 그러나 좋은 친구는 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2시간 반이 지났지만 좀처럼 얘기는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는 저녁 식사 자리로 이어졌다.

형식적인 인터뷰는 싫어합니다. 한번을 만나도 넉넉하게 만나고 싶어서 다른 일정을 다 조정했습니다. 기자 분을 만나는 것은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와 헤어지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그가 한국의 사랑에 정말 목말라 있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