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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닫힌채로 있었을까

Posted July. 30, 20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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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급 내용이 담겼나=테이프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이며, 이들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

공 씨는 26일 언론에 공개한 자술서에서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아첨, 중상모략, 질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불법도청 업무에 관여하면서 두 차례 대선을 치른 공 씨가 음지()에서 지켜본 우리 사회의 단면이 어땠는지 짐작하게 한다.

공 씨에게서 1999년에 두 상자 분량의 테이프(200여 개)와 녹취록을 반납 받았다가 소각한 이건모(60)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의 반응은 더 적나라하다.

그는 상자 개봉 순간 소름이 끼쳐 이런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회수하는 척만 하고 말 걸이라는 후회 등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도청 자료가 공개되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을 야기하고 모든 분야에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공 씨가 이미 1994년 미림팀이 재건됐을 때부터 훗날을 위해 테이프를 밀반출해 왔다고 말한 바 있어 정계 재계 관계 언론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운동권까지 도청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시중에는 모 대기업 간부와 유명 정치인의 녹취록이 보관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전 실장이 천용택() 전 국정원장에게 당장은 활용도가 크겠지만 자칫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 있다고 건의한 부분도 음미해볼 만하다.

다른 테이프는 없나=공 씨에게서 압수한 테이프가 국정원에 반납한 테이프의 복사본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것인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공 씨는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있는 인사 혹은 공개됐을 경우 파괴력이 큰 인물의 파일을 집이나 사무실에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에 공 씨가 반납한 자료는 김대중()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담은 테이프이고 나머지 불리한 내용은 따로 숨겨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문제는 공 씨가 압수수색 같은 상황에 대비해 제3의 장소에 다른 자료를 보관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정보기관에 30년 가까이 근무한 공 씨가 불법 도청 자료를 모두 집이나 사무실에만 보관했을 것이라고 믿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은 국정원은 회수된 테이프를 전량 소각 조치했지만 외부 상황에 대해서는 장담 못하겠다고 말했다.

테이프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공 씨가 테이프 속 등장 인물별로 내용을 추린 뒤 이를 근거로 관련자와 뒷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이 이번에 압수한 테이프와 녹취록을 확인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내용이 정리-취합-보고되는 과정에서 다시 민감한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