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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격 근무

Posted April. 29, 200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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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피곤하다. 그래서 사무실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모던 타임스의 기계공() 찰리 채플린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삶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무실을 벗어나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원격 근무다.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활용해 근무 시간의 일부를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장소를 기준으로 재택()근무, 위성 사무실 근무, 이동 원격 근무 등 다양하다. 정보통신 기기 가격과 통신 요금이 하락하면서 원격 근무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노동 방식으로 전자() 주택을 제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시대가 되면 보편화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 근로자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원격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환경오염 방지, 실업 문제 해결, 지역정보화 등을 위해 원격 근무를 적극 권장한 결과다. 원격 근무자들의 업무 만족도는 높다. 우선 통근으로 인한 시간, 비용,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사회 전체로는 장애인과 노인, 여성에게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원격 근무자가 임시직으로 전환되거나 인사 고과와 업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달청은 내달부터 모든 직원이 언제 어디에서든 근무할 수 있는 원격 근무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3월부터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1주일에 4일을 집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도 19명이나 된다고 한다. 대전 청사에 출근하지 않고 서울 집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L 씨는 나빠졌던 건강이 회복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재택근무 시스템을 활용하는 공무원은 이미 8000명을 넘는다. 충남 공주시, 연기군 일대에 진짜로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원격 근무파()로 몰릴지, 이런 것도 궁금해진다.

임 규 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