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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꽃핀 박찬호

Posted April. 14, 200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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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한물 간 투수인가.

14일 알링턴 아메리퀘스필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LA 에인절스 전. 7회 2사 후 텍사스가 6-3으로 앞선 가운데 박찬호(32)가 마운드를 내려오자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박찬호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박찬호는 이날 선발 등판해 5안타 3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삼진 6개에 볼넷은 하나뿐. 최고 구속은 150km. 박찬호의 호투를 앞세운 텍사스는 7-5로 승리했다.

텍사스 선발투수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먼저 승리를 따낸 박찬호는 1승 무패, 4.76이던 방어율도 4.38로 낮췄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2회. 탈삼진 1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1회를 마친 박찬호는 2회 에인절스의 중심 타선인 4번 개럿 앤더슨, 5번 스티브 핀리, 6번 올랜도 카브레라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1이닝 3K는 2003년 4월 12일 시애틀 전 이후 2년 만이지만 볼넷이나 안타 없이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은 것은 처음.

박찬호는 3회 2사 후 에인절스 9번 숀 피긴스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텍사스는 바로 로드 바라하스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텍사스 타선은 5회 말 마이클 영이 2사 만루에서 싹쓸이 중월 2루타를 때리는 등 4점을 뽑아 박찬호의 승리를 지원했다.

박찬호는 7회 1사 후 핀리, 카브레라, 벤지 모리나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내준 뒤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승리는 천적인 에인절스 타선을 극복하고 얻어낸 것이라 더욱 값졌다. 박찬호는 2003년 이후 에인절스 전에 6차례 등판해 5패에 평균자책 8.80에 그쳤다. 에인절스는 이날 6명의 왼손 타자와 그동안 박찬호를 상대로 타율 0.342의 맹타를 휘두른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부상에도 불구하고 내보냈지만 게레로는 6회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속 16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주무기로 사용하던 투구 스타일에서 벗어나 제구력과 변화구로 승부한 것도 새로운 모습. 투심 패스트볼(일명 하드싱커)과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가 이날의 주무기.

박찬호는 예전에는 100% 힘으로 던졌으나 지금은 80%의 힘으로 공의 움직임과 제구력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벅 쇼월터 텍사스 감독은 박찬호가 힘으로 상대 타자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투구 스피드 변화가 절묘했다고 평가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