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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기업 사들여 더 알짜로

Posted March. 01, 20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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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업을 사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다.

요즘 재계는 두산그룹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두산이 대우종합기계 인수에 성공한 뒤 올해 최대 알짜배기 매물로 나온 진로 인수에까지 뛰어들며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영업 확대를 통해 성장하는 것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기업을 사들여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미국식 성장 전략으로 GM, GE 등이 해당된다.

두산은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후자()를 선택했다. 내부적인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미래 수익성과 규모를 동시에 키우려면 우량기업 인수가 최선책이라고 판단한 것.

박용만 부회장, M&A로 탈출구 모색=두산은 1995년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으면서부터 박용만() 부회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때의 목적은 비()핵심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OB맥주까지 외국기업에 팔아 23개 계열사를 4개로 줄였고 덕분에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규모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래 성장엔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계열사를 판 돈으로 2001년부터 기업 인수에 뛰어들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두산산업개발에 흡수합병), 대우종합기계 등 3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다.

이에 따라 그룹의 매출규모는 1998년 2조4000억 원에서 2005년 11조4000억 원(추정)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좋은 기업을 비싸게(?) 산다=지난해 대우종합기계 입찰 결과가 공개되자 재계는 깜짝 놀랐다. 경쟁사인 효성그룹이 1조3000억 원을 써냈는데 두산은 무려 1조8000억 원(주당 2만2150원)을 제시했기 때문. 당시 대우종합기계 주가는 9000원 수준에 불과했다.

경쟁자를 따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두산중공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 입찰 때도 당시 주가 3800원보다 훨씬 비싼 8150원을 써냈다.

3월 말로 예정된 진로 입찰 때도 두산은 높은 가격을 쓸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결코 기업의 본질가치를 넘어선 금액을 써본 적이 없다며 경쟁자들은 좋은 기업을 싸게 인수하려고 했고 두산은 제값을 써낸 것이 차이라고 반박한다.

외국기업 M&A에 나선다=두산은 외국기업처럼 컨설팅회사와 PEF 출신으로 구성된 6명의 M&A 전담팀을 갖고 있다. 이들이 박 부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의 M&A를 주도한다.

두산은 2020년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50%는 내부성장을, 50%는 M&A를 활용하고 특히 해외매출 비중을 9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를 주축으로 해외 인프라 설비 시장을 뚫고 현지기업을 인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으로 두산은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기업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김두영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