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와 선임병의 질책과 폭언, 폭행 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병에 대해 법원이 최근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이들 판결에서 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내 가혹행위 방지보다 군 복무기강 확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 이유를 들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국방부가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고예방 종합대책이 말썽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만 주안점을 두어 군 기강 해이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백춘기 부장판사)는 6일 부대 내 간부와 선임병의 폭언과 폭행,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정모씨(당시 이등병21세)의 아버지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대상 결정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 조직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군기교육이나 질책은 필요불가결하고 폭행이나 폭언이 있더라도 지속적이거나 정도가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군인으로서 이를 극복하고, 상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씨가 당한 폭행, 폭언에 위법성이 있고 소속 부대가 신병관리를 잘못한 점이 있기는 하나 정씨를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의 것은 아니다며 정씨의 자살은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 부족과 판단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창원지법 제1행정부(박성철 부장판사)도 2일 군복무 중 모욕과 구타 때문에 자살한 윤모씨(당시 이등병20세)의 아버지가 낸 같은 취지의 소송을 기각했으며 부산지법 행정부(고종주 부장판사)도 군 입대 직후 선임병의 욕설과 인격모독에 시달리다 자살한 강모씨(당시 이등병21세)의 아버지가 낸 소송을 지난달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재판부가 군 복무기강의 중요성을 판단한 결과라며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병과 유가족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영내 생활을 못 견뎌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에는 누구도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8월 마련한 사고예방 종합대책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후임병에게 비속어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거나 얼차려(기합)를 주고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다 적발되면 형사 입건돼 15년의 징역형을 받거나 징계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책 발표 후 군 내부에서는 군 기강이 해이해져 통솔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편 정씨의 변호인인 원창연() 변호사는 자살한 정씨가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당한 데다 최근 군대 내에서 사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데도 이 같은 판결이 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김수경 윤상호 skkim@donga.com ysh100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