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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 공약 베끼기 논란

Posted December. 09, 2002 22:36,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득표 전략의 일환으로 상대방의 일부 정책 공약을 서로 베끼면서 두 후보간 주요 정책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공약의 수렴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이 후보는 국정원법 개정 등을 통한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약속했고, 노 후보도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해 국내 사찰업무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서로 비슷한 대안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 문제 역시 노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 2004년 17대 국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키로 합의하자 이 후보는 8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임기를 단축하더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9월20일 군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했던 민주당은 8일 군 부재자투표를 의식해 4개월 단축 공약을 전격 제안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과 관련해서는 평소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무게를 둬왔던 이 후보는 7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농성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8일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 서명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과의 자주적인 외교관계를 강조해온 노 후보는 추모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피한 채 SOFA 개정운동 서명도 거부하는 등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서로 상대 후보측이 공약을 표절하고 있다며 비난전을 펴기도 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민주당은 당초 경제성장률을 5%로 제시했으나 우리 당이 6% 공약을 제시하자 7% 공약을 내놨고, 국방예산도 우리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주장하자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며 공약 표절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이 후보가 8일 정치개혁안을 급조한 것은 정치개혁노무현이란 등식을 베낀 이슈 물타기라며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을 내놓자 대전을 과학기술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따라왔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은 9일 성명을 내고 노 후보가 SOFA 개정 서명을 거부한 것은 보수층도 끌어안으려는 세련된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노 후보를 공격했고,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측은 이회창 후보의 최근 행보는 보수적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공약 수렴 현상에 대해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실천방안에 관해 정밀한 검토 없이 표를 의식해 단기간에 정책 공약을 바꾸는 것은 공약() 남발과 정치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