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첫 아카데미는 블랙 아카데미였다. 올 아카데미는 또 어느 한 작품에 오스카 트로피를 몰아주는 대신 작품별로 골고루 안배하는 것으로 사상 유례없는 시비를 잠재웠다.
25일 오전(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1927년 아카데미 영화제가 시작된 후 74년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배우인 할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덴젤 워싱턴이 시드니 포에티에가 1963년 흑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39년만에 남우 주연상을 수상해 사상 처음으로 남녀 주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가 휩쓸었다.
곁들여 포에티에가 흑인으로는 최초로 평생 공로상까지 수상함으로써 흑인 배우들은 그동안 백인 잔치였던 아카데미에 맺혔던 오랜 한을 풀었다.
이번 시상식은 또 지금까지 골든 글로브상 수상자가 대부분 아카데미상도 수상해 왔던 전례를 깨고 골든 글로브의 남녀 주연상 수상자였던 러셀 크로와 시시 스페이섹이 모두 수상에 실패, 흑인에 대한 인종적 배려이자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흑인 돌풍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한 듯 올해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작품상 후보를 소개하면서 15명의 귀족과 하인중 흑인은 단 한명뿐이었다 (고스포드 파크) 호비트족 중에는 흑인은 없었다 (반지의 제왕) 는 등 계속 의미있는 농담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장 아카데미적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4개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반지의 제왕은 촬영상 등 4개 부문 수상에 그쳐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들어간 환타지 영화에 대해 인색한 아카데미의 취향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올해 처음 신설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슈렉이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누르고 첫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강수진 sjka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