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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특허 분쟁, 미보호주의를 우려한다

삼성-애플 특허 분쟁, 미보호주의를 우려한다

Posted August. 05, 201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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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올해 6월 애플의 구형 제품들이 삼성전자 특허를 일부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3일 ITC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노골적으로 애플 편을 들었다. 1987년 이후 25년간 미 정부가 ITC의 권고를 거부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마이크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에 대한 검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해 정재계의 치열한 로비가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 강력한 보호주의로 자국() 산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출범 이후 민주당 공화당에 따라 약간의 온도차는 있었지만 비교적 충실하게 자유무역을 견지했다. 이번 결정은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그 뿐 아니라 그동안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업 혁신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역설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적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정책 당국자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보호주의는 결국 기업경쟁력 하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오바마 정부는 역사의 교훈을 잊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실망스러운 선택을 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은 기업 끼리의 문제다. 기업간 분쟁을 다루는 ITC 결정에 정부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이다. ITC만 해도 과거 삼성이 특허 침해로 애플을 제소한 사건에 대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 배심원단도 삼성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배상 평결을 내렸다. 미국의 평결이 자국 이기주의에 경도한 것임은 유럽이나 일본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ITC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으나 오바마 정부가 뒤집은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ITC는 9일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세계는 ITC가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지 주시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기업 간 특허분쟁이 보호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